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혜신의 매력은 뭘까? 예쁜 얼굴?(아니, 내가 그의 얼굴을 본 적 없으니 사진발?) 아니면, 그의 글이 주는 시원시원함(어떨 때는 지나칠 정도로 이원적인 선악의 구도로 몰아붙이는)? 아니면, 심리학 내지는 정신의학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도? 글을 읽은 느낌은 이 셋이 엉겨붙은 이미지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책 표지에 자기 사진을 홍보 수단으로 쓰는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하자면, '나르시시즘'의 전형이 아닐까 한다. 거울을 보면서 자기 단점을 보고 반성하는 스타일이 아닌, '거울아, 거울아~'류의 왕비병 스타일...

그가 남자 전문가라는 말은, 남자들이 전부인 사회 생활에서 주목받는 사람들을 그렸기 때문에 당연할 결과를 놓고, 그가 남자 전문가라서 남자들을 잘 파악한다고 전도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뉴스에서 여성으로서 뉴스거리가 되는 사람은 '박근혜' 정도일 것인데, 박근혜 신드롬은 그녀의 정시적 후광보다는 공주로서의 그녀라고 생각한다. 정혜신은 그라고 하면서, 박근혜는 굳이 <그녀>라고 부른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다음 대선에 박근혜가 나설 가능성을 점치라고 한다면, 나는 0%를 적어내겠다. 딴나라당 사람들이 '한 사람만 빼고 모두 돌대가리라면 몰라도...'

아무튼, 정혜신의 화장빨은 그렇다 치고, 그의 말빨은 상당히 세다. 한 챕터에서 두 남자를 해부하는데, 다양한 자료를 읽었다는 흉내도 내고, 드물게 그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분석은 사람을 너무 외곬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미친소의 주장대로, 사람은 '그때 그때 다른 존재'인데 말이다.

나는 시사 주간지를 싫어한다. 대학 시절 염증나게 읽었던 대자보의 효과일까? 그렇고 그런 추잡한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대-한민국의 큰-한많은 나라 사람들의 한스런 사건들의 고비들마다 불거진 추잡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 인맥을, 그 학연과, 지연을 쳐다보기 싫어서라고 변명삼아 둘러대 보자.

그래서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정혜신의 조건대로 선인과 악인으로, 긍정적 인물과 부정적 인물로, 삶을 소비하는 사람들과 삶을 향유하는 사람들로 조건짓는 과정이 나름대로 신선하게 다가온 감도 있다. 대학 시절 이후, 특히 김영삼의 민자당 창당 이후로 정치에 혐오감을 가졌던 때문에 뉴스 조차도 쳐다보지 않던 십여년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조영남에 대해서만은 나는 개인적인 기호가 별로다. 조영남은 왜 그렇게 오버하는지... 노래할 때, 한번 더를 외칠 때는 그래도 귀여웠다. 자유주의자라면 유시민 정도는 돼야지, '나는 친일파가 될래요'하는 수준의 자유주의자는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 사건하고 비슷한 레벨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일본 제국주의>가 갖는 말의 부정적 의미를 알고 있다면, <친일파>라는 말을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승연의 누드가 '자유'인 것은 지지하지만, 위안부 누드는 <정신적 범죄>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김윤식 교수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적은 느낌이 많다. 그 분의 저술들을 다 읽은 국문과 교수도 드물텐데, 정신과 의사가 그분에 대해 적어 보는 것은 가십 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전유성, 강준만, 김어준, 유시민, 마광수, 앙드레 김처럼 이 사회의 <마이너 리포트>를 제출한 사람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 준 글들은 글의 내용의 충실도를 떠나서 공감하는 면이 많았다.

그러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한 가지 속성만으로 이뤄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신과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속단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글이 재미있더라도, 그저 재미로 지나쳐야지, 저자가 이런 글의 매력(세인들의 관심을 끄는)에 매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그의 전공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깊이있게 천착해 주는 글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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