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지푸라기」 전문)

 

 

 

 

 

 

 

 

 

 

 

 

 

 

내가 좋아하던,

나를 참 이뻐하시던 퇴직 교장샘 한 분이

오늘 긴 잠에 드셨다.

그분이 젊은 시절

'집으로 가는 길'이란 시집도 내셨단 기억이 난다.

이제

비로소 집으로 가셨을까?

담배를 그렇게도 달게 잡수시던,

소주에 회 한 점을 그렇게 맛갈스럽게 들이켜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인의

마지막 여행길이

편안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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