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지음 / 양철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글쓰기 교육 연구회...

이오덕 선생님 생전에 아이들의 글, 교사들의 글 속에 살아 숨쉬는 교육의 현장과, 삶의 들숨, 날숨이 오롯이 살아있음을 기록하자고 모인 사람들의 단체다.

 

글에는 글만의 필터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글에는 없는 필터가 어른들의 글에는 있다.

이 책 역시, 교사들의 필터로 걸러진 세상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글에는 보이지 않는 필터가 어른들의 글에는 보인다.

 

이런 글들의 장점은,

어린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교사의 시선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에 있다.

아이들을 교육과 훈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또, 날마다 성적 향상에 골몰하는 것을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다가,

가끔 한번씩 본질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글들이 가진 한계는,

아픈 것을 아프다고 쓰고, 행복한 것을 행복한 것으로 쓰는 것만으로,

어떤 변화의 힘도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1980년대 교육운동의 앞자리에, 'O양의 유서'가 있었다.

중3 여학생의 절규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반성을 가져오게 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학교는 또다시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메커니즘에 수동적으로 끌려간다.

숱하게 목숨을 버려가면서 저항하지만, 학교에서 아예 행복 따위는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과속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선 감동적인 교실, 흥미로운 교실, 교감하는 교사와 학생 이야기가 가득하다.

 

교실의 현실은 왕따와 이지메, 집단 폭행과 일진, 교사에 대한 반항과 욕설, 폭력까지...

지도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추억은... 참으로 감동적이지만, 한계 앞에서 힘을 잃는다.

 

초등 2학년 아이들이 가위를 들고 목을 그으며 싸웠다.

가위로 목을 그었다는 말에 그냥 흥분해 소리치고 때렸다.

더한 일도 있는데 슬기롭게 풀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처음 선생 시작했을 때나 열여섯 해 지난 지금이나 똑같다.

"선생님, 지금 우유 먹어도 돼요?"(119)

 

아이들은 이렇게 대책없다.

즉흥적인 다툼은 늘 있어 왔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의 문제는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생긴 문제가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

 

강남의 부유층 자녀들이 부유한 깡패가 되고,

부모가 돌봐주지 못하는 아이들은 가난한대로 일진이 되고...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어른들의 파렴치한 모습을 아이들은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난 아이들을 나에게 끌어다가 맞추려는 잘못을 다시 반복했다.

끝까지 가르쳐 보겠다고 그런 것이 아니냐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그냥 내 욕심에 아이들을 다그친 것 뿐이다.

내 양심이 그걸 안다.(128)

 

내 양심이 그걸 안다.

참 고귀한 반성이다.

나도 내 양심도, 그걸 안다.

아이들 앞에서, 참으로 가치없는 지식을 마치

그 문제 푸는 비법이 무슨 물고기 낚는 낛싯대라도 되는 양, 떠벌이고 나면,

초라하다.

내 양심이 그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반가워하지 않는 보충수업을 꾸역꾸역 들어간다.

아이들이 좀 듣다가 졸다가 한다.

내 양심이 그걸 안다.

 

한 아이가 한 세계를 품고 있다.

며칠 전,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17개월된 어린아기를 보육교사가 얼마나 팼는지

등짝이 다 뻘겋게 돼서 입건이 되었다.

말 안 통하는 아기들이 얼마나 다루기 힘들겠는가.

맘으로야 등짝 두들기고 싶은 순간이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맘이라면, 때리거나 벌주는 것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아이가 수긍할 수 있도록 혼내고 가르칠 수 있어야 그게 교사다.

 

말대꾸를 마음껏 하는 아이가 자신있는 사람으로 자란다.(226)

 

유치원 아이들도 힘들다.

 

말끝마다 말대꾸야.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 말은 다소곳이 듣고 있어야지.(227)

 

참 많이 들은 말이다.

아이들도 답답하겠지만, 어른들도 답답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대책을 의논해나가지 못하니, 더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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