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환상문학전집 1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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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이작 아시모프 등과 함께 환상문학 작가로 유명하다.

작년엔가 별세했다.

 

이 소설의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세계에서 책은 금지된다.

책이 발견되면, 모조리 불살라진다.

저항하는 사람 역시 그렇게 한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을 Fireman이라고 부른다.

예전의 소방관은 불에 물을 뿌리는 사람이었다면,

이 시절의 소방관(방화수)는 등유를 뿌린다.

 

책이란 것의 무용함을 주장하는 시대.

사람들은 벽의 텔레비전(브라운관이 달린 텔레비전도 낯설던 시대의 상상치고는 대단하다.)을 주야장천 바라보며,

텔레비전에 동화되어 사고가 제어되는 상태로 살아간다.

 

과연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가공할 노릇이다.

책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기보다 불행의 나락으로 몰아 넣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사람들은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는 거지.

그리고 사람들은 전부 똑같은 인간이 되도록 길들여지지.

우린 모두 서로이 거울이야.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는 거지.

움츠러들거나 스스로에 대립되는 판결을 내리는 장애물이 없으니까.

그래. 바로 그렇기 때문이야.

책이란 옆집에 숨겨 놓은 장전된 권총이야.

태워버려야돼. 무기에서 탄환을 빼내야 한다고.

사람들 마음을 파괴하는 거지.

다음엔 누가 박식한 인간으로 낙인찍힐까?(99)

 

지식, 과학, 기술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어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인간이 과학, 기술의 노예상태로 전락하게 되는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신선하다.

 

주인공 몬태그가 만난 소녀는 삶의 의미를 묻는다.

과연 네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너의 것인지, 텔레비전에서 말하는대로 따라하는 것인지를...

 

차를 타는 사람들은 녹색 얼룩을 보면, '아, 이건 풀이야' 그럴 거예요.

분홍색 얼룩? 그건 장미꽃 정원이지, 하얀 얼룩들은 거리에 늘어선 집들이고...

아침에 잔디밭에 나가보면요. 이슬이 맺혀 있어요.

하늘을 보실래요? 저 달에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저씬 행복하세요?(25)

 

21세기에 '느리게 살기, 천천히 살기, 명상, 마음챙김' 들의 언어로 세상의 속도감을 늦추고 바라보라는 책들이

이미 그 시대에 의문 부호로 도드러진다.

과연, 행복한가?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텔레비전에서 주어지는 것만이 행복이라 착각되며 살아가진 않는지...

 

세상이 참 이상하지 않아요?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건 물론 좋지요.

그렇지만 그저 떼거리로 모여 있기만 하면 뭐해요?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그냥 모여 있기만 해도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아요.

대개 침묵한 채 고분고분 받아들이기만 해요.

이미 정해진 해답을 따라가기만 할 뿐이죠.

요즘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사납게들 대하는지 아세요?(55)

 

사람이 사람의 향기를 맡지 못하는 속도의 시대.

군중 속의 고독을 강하게 맡을 수밖에 없는 시대.

극복하여야할 근대, 를 헤치고 나온 '현대'라는 괴물은 인간을 더 소외시키는 자본의 힘에 예속되고 만다.

인간과 질문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텔레비전 리모콘이 삶의 웃음을 대신한다.

아니, 텔레비전은 웃음마저 대신 웃어준다.

 

나는 지금 사물 자체를 애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사물의 의미를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여기 이렇게 앉은 채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낍니다.(123)

 

산다는 것은 이래야 하는데....

내가 여기서 살아 있음을,

사람과 사물을 통해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글과 아이디어와 은유에 대한 저의 사랑을 통해서라면,

아무리 기이한 것일지라도 당신을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275)

 

작가의 인터뷰에 담긴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감겨있는 시대.

소방관이 등유를 뿌리는 역설적 상황을 통하여,

이해하기 힘든 세상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담아내는 소설.

 

모든 책을 태우는 온도... 파렌하이트 451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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