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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청아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서 삼십 분 남짓 앉아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었다. 읽을 글도 별로 없고, 전에 읽었던 스님의 글들과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책 읽을 때만 자유롭고, 나머지 시간에는 욕심에 불안에 가득차 있지나 않은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신경질적이고, 짜증도 잘 내는,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지를...
책 읽고 리뷰 적을 때는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그럴 듯한 말발로 글을 적고, 실제 생활에 돌아와서는 아집에 사로 잡혀 내가 최고인 악마가 내 속에 가득한 것은 아니었던지...
감옥에서도 부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차를 마실 때에는 온 몸으로 차를 마시란 쉬운 한 마디가 생활에 들어오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십 분이라도 내 시간을 만들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된 고마운 책이다.
같은 말을 조금 다른 상황에서 읽어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조용한 방안에서 걷기 명상에 대해 읽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도서관 삼 층까지 헐떡거리고 올라가서 읽는 책에서 걷기 명상을 만나면 금세 나를 반성하게 된다. 아침에 허겁지겁 밥을 먹었음도 깨닫게 되고, 내 들숨과 날숨에 정신을 모으기도 힘들었음을 되돌아본다.
어디에 있든, 자유롭기 위해 수련을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