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어떻게 서울대 갔어
우리기획 엮음, 이우영 그림 / 우리두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초등학생 잡기에 온 나라가 혈안이 되어 있다. 중고등학생을 길러본 부모들은 한결같이 느낀다. 중고생은 학습 습관이 고착되어 바꾸기 어렵다고... 그리고 사춘기의 험난한 고비를 넘기자면 학습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 수 없음을...

그래서 요즘 초등학교 몇 학년 때, 공부를 시키고, 아이들을 때려 잡아야 한다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부모들은 아마도 그 책을 읽고 망연자실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라는 이야기가 그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글쓰기 교실, 영재스쿨의 독서 교실로 아이들을 때려 넣는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속 태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그 방법의 장점은 딱 하나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실업률을 낮춘다는 것>

그리고 그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법,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학습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숱한 학습지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구몬, 눈높이, 스스로, 장원, 윤선생 등 종류도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아이들을 때려잡는다. 이 것들도 장점은 단 하나다. 누구나 알 만한 그 장점은 바로, 위와 같다.

그럼, 그 숱한 공부법들이 정말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 책들의 문제는 부모들이 그 책을 읽을 따름이라는 데 있다. 그 책을 읽고 불안해 하는 것이 부모들이고, 그 틈새를 노리는 것이 각종 학원, 공부방, 학습원이고, 공무원 퇴근 시간인 오후 다섯시나 여섯시경,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는 없고, 밥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엄마는 더 없다. 아파트 촌을 누비는 각종 승합차들만 보험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우리의 걱정을 더할 뿐...

고기를 잡고 싶으면, 아이를 자갈치 시장으로 보내서는 안되지 않을까? 낛싯대를 하나 사서 아이와 바닷가나 하다 못해 양어장이라도 찾아가서 찌를 담궈보는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다. 물론, 제목에 서울대 운운한 것은 상당히 상업적이고 불쾌한 제목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우리 사회의 부패의 온상으로만 기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고, 서울대를 통해서 길러진 인재들도 세상의 원활한 흐름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기능의 측면보다 역기능의 측면도 만만치 않음은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고... 여기서 서울대 논쟁에 빠질 필요는 없고, 다만, 자기 자식이 서울대 간다는데 쌍수를 들고 반기를 내세우는 부모는 우리 현실에서 드물 것이란 점에서만 이야기하겠다.

고기 잡는 방법을, 다른 중고생용 학습법 책에 비해서 아주 간결하게 잘 적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수기도 간단히 수록되어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있다. 이 간단한 책이면 학습법의 핵심은 모두 익힐 수 있다. 이 책이라면, 어린이 뿐 아니라, 중고생도 충분히 학습에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습의 요체는, 공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지는 행동 기제라는 것이고, 공부는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의사라면 자식의 진로가 의대로 결정되기 쉽다. 부모가 수시로 특정 질병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아이는 어렵지 않게 그 질병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부모가 늘상 싸움만 한다면, 자식은 싸움에 대해 부정적이면서, 싸움이라는 해결 방법을 유전자 속에서 체득하게 될 것이고...

부모가 이 책을 같이 읽고, 같이 실천한다면, 자식을 서울대 보내는 것 보다 더 좋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 5일 시대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21세기의 초입에서,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삼사십 년 전의 <그 날들>을 반추하며, <이 자식들아, 내가 너희만 할 때는...>의 문법이 지금의 아이들에겐 먹히지 않을 것임이 자명한 일이다. 주5일보다 중요한 주2일 이상의 휴일을 같이 놀면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살고,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모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아이들의 운명의 유전자는 조작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학원에 때려 넣어 때려 잡을 것이 아니고 말이다. 아이들에게 그 많은 학원, 학습지 강요하지 말자. 그저 이런 책들을 사 주고 남은 시간, 대화하고 놀고 같이 공부해 주자. 우리 부모님들이 하지 못했던 그것들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그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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