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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조약돌 - 틱낫한의 작은 이야기
틱낫한 지음, 김이숙 옮김, 정경심 그림 / 열림원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언제 화가 나고, 어떨 때 분노를 느끼는가. 일이 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을 때, 상대방의 검은 속셈이 훤히 들여다 보일 때, 가진자들이 더 가지려고 악다구니를 쓸 때,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날마다 날마다 분노를 느끼지 않고 살았던 하루가 있었던가. 내가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고 자기를 기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님은 이 책에서 화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열 세 편의 동화에 곁들인 이야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다른 책과 중복된 내용도 많다.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동화와 같이 그림까지 곁들였다. 이 책을 읽기 싫다면 일러스트레이터 정경심씨가 그린 그림들만 죽 훑어 봐도 될 정도로 핵심을 잘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도, 깨어 있음의 중요함, 깨어있어야 할 필요성을 누누이 설명하신다.
지금 이 순간을 깨어 있다면 행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 마음의 평온을 누리러 산책을 갔던 날, 문을 열어두었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 그러나, 스님은 조약돌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화를 다스리신다. 지금 나는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경이롭고 황홀한 순간인 것이다. 깨어 있음을 수행한다면, 우리가 태어나고 죽는다는 관념에 대한 근심 걱정 공포 두려움을 모두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의 다음 시들은 여러 번 읽을 만한 것들이다.
오늘은 경이로운 날이다. 오늘은 더 없이 중요하다.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날이다. 그러니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마다, 그날을 가장 중요한 날로 만들 결심을 해 보자. 일터로 떠나기 전에 자리에 앉거나 눕기 전에 몇 분 동안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어 보라. 들이마시는 숨결을 느껴보라. 내쉬는 숨결을 누려보라. 그리고 미소를 지어 보라. 그대는 여기에 있다. 그대는 만족스럽다. 그대는 평화롭다.
숨을 들이쉬며 나는 느낀다. 숨을 들이쉬고 있음을. 숨을 내쉬며 나는 느낀다. 숨을 내쉬고 있음을. 들이쉬고, 내쉬고, 숨을 들이쉬며, 나는 한 송이 꽃. 숨을 내쉬며 나는 상쾌함을 느낀다. 꽃, 상쾌함, 숨을 들이쉬며, 나는 하나의 산, 숨을 내쉬며, 나는 견고함을 느낀다. 산, 견고함. 숨을 들이쉬며, 나는 잔잔한 물. 숨을 내쉬며, 나는 사물을 그 모습 그대로 비춰본다. 물, 비춰봄. 숨을 들이쉬며, 나는 공간. 숨을 내쉬며,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공간, 자유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