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손은 약손 - 사랑의 의사 장기려 박사 이야기
한수연 지음, 이유진 그림 / 영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이용 장기려 평전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장기려 박사의 파란만장한 삶을 드러내기엔 작가의 필력이 조금 딸리는 책이다. 이야깃거리는 넘치도록 많은데도 흥미진진 책에 빠져들지 않게 되니 말이다. 아동문학에도 조정래, 박완서, 서정주 같은 귀재들이 번득이는 필력을 보여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장기려 박사의 삶을 어린 시절 종교적인 분위기와 해방과 전쟁 후 남한에서의 힘들지만 보람으로 살아가려는 가난한 의사. 막사이사이상을 받을 정도로 검소했던 의사. 결국 바보같이 살면 성공한 것이란 교훈을 후배 의사에게 가르쳐 준 의사였다.

부산의 복음병원(고신의료원)과 청십자병원에서 무료로 의술을 베풀고, 의료보험의 시작을 허술하게나마 보여주셨던 선구자였던 이 분의 전기를, 혹시 주변에 의사가 되겠다는 뚱뚱한 꿈을 가진 아이들에게 한 번 읽혔으면 한다. 어린이들의 꿈은 늘 뚱뚱하고 현실감 없지만, '에이, 너 같은 놈이 의사가 될 수 없어.'라고 기죽이는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을 보면 바보같고 뛰어난 의술과 어리숙한 처세를 갖춘 성자로서의 박사님과 달리, 영악하고 교활하며 자기가 가장 잘난줄 아는 녀석들이 의사가 되어버리는 세상을 보면 슬픈 일이다. 장기려 박사의 전기 한 편 읽지 못하고 '바보 의사' 아닌 똑똑한 의사가 되어버리는 녀석들... 공병우 박사가 아흔의 노구를 사회에 환원한 이야기는 전설 속에서나 떠도는 메아리로 남는 시대...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야 한다. 목적없이 그저 남을 이기기만 하는 공부는 결국 <헛똑똑이>를 낳고 말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돈 뺏어먹고 배가 부르면서도,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데모를 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학자와 엔지니어들이다.

아이들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불과 몇 년 뒤에는 정말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자살하는 의사들이 탄생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의술은 인술이란 진리는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는 전형적인 문과형인데... 어떤 연구에 아이가 빠져들게 될 지 걱정되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는 연구와 엔지니어에 달린 것임을 생각할 때,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화두는 다시 <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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