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책을 얼마나 읽어 왔는지를 헤아려 보았다. 오늘처럼 날씨가 꽁꽁 얼어붙은 날에는 동굴 속에서 옛날이나 추억할 수 있다는 걸 행복하게 생각하면서...

알라딘에 처음 글을 올린 것이 2000년 겨울이었다. 2001년은 전국단위 연구로 정말 바빴기 때문에 책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연말에 일본어 능력시험 책 읽은 거 빼면... 주로 보고서 읽고, 자료 읽느라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2002년에는 3학년 담임에 연구학교까지 겹쳐 더 바빴다. 대학원도 휴학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2003년,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부터 책을 부지런히 읽자고 생각했다. 이 해가 내 독서의 시발점이 된 듯하다. 연구학교 마치고 여유있게 대학원도 다니면서, 부지런히 읽었던... 2004년에도 열심히 읽기는 했지만 역시 3학년 담임을 하고, 대학원 논문을 마무리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올해는 200권을 읽으리라 작정하고 있지만, 지나 봐야 알 일이다.

역시 방학이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밤을 새워 읽기도 하고, 하루에 두세권 씩 일기도 한다.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댓권씩 빌려다 놓고 쉬운 책부터 읽기도 하고, 어려운 책은 옆에 두고 한 달을 두고 조금씩 읽기도 한다.(지금 한시 미학 산책을 한 달째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조금씩 읽는 맛은 유별나다. 또 정신세계사의 마음닦기도 읽고 있는데, 이 두 권 모두 두껍지만, 하나는 한시에 대해서, 하나는 불교 이론에 대해서 너무 쉽고 재미있게 쓴 책들이다. 이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허전해서 어쩌나 걱정중이다.) 작년에는 남구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다 보았다. 한 번에 세 권씩 빌려 주니 좀 아쉽지만, 나머지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 이도 저도 없는데, 너무 좋은 책은 알라딘 보관함에 몇 달 넣어 두었다가 정말 사고 싶은 책만 산다. 알라딘 처음 이용할 땐, 책을 너무 마구잡이로 사들였는데, 나중에 보니 학교 도서관에도 있고 해서 아까웠던 책들이 많다. 알라딘 이용 6년차로 접어드니 이제 노하우가 생기는 듯...

2000년 : 리뷰 1권

2001년 : 리뷰 9권

2002년 : 리뷰 34권

2003년 : 리뷰 161권

2004년 : 리뷰 119권

2005년 : 리뷰 27권(1월), 목표 200권

이리하여 총 350권의 리뷰가 올라 있다.

리뷰 편수로 본다면 다소 발전한 것도 같지만, 간혹 내가 내 글을 읽어 봐도, 감정에 치우친 것도 있고, 아주 가끔은 괜찮은 구도로 분석한 글도 뵌다. 내 머릿속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반성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 나는 읽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읽음으로써 생각하고, 가끔은 행동도 바꾸고,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운명까지야 바꾸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음으로써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읽는 이유는 하나는 자기 만족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책을 통해서 좋은 쪽으로 바뀐다는 착각 때문이다.

책 읽기 참 어렵다. 올해는 3학년 담임같은 거 안 하고 좀 쉬면서 혈압도 낮추고(선천적인 이유도 있지만, 혈압이 높아진 건 연구학교랑 3학년 담임한 탓이라 생각한다.) 도서관 담당이나 하면서 책이나 부지런히 읽고싶다는 대망을 가졌는데, 이뤄질는지는 살아봐야 알 일이다. 올해 목표를 세웠으니 새로운 각오로 독서의 바다에 푹 빠져들고 싶다. 이제 컴퓨터같은 기계류는 지긋지긋하다. 책은 정감이 있는 유정물같다. 나와 교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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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2000년에두 있었나요? 왜 전 이렇게 늦게 알라딘을 알게 되었는지 안타깝네요.
3학년 담임하면 담배 끊었던 샘님들은 담배 다시 피시잖아요. 샘님들은 진짜 건강 조심하셔야 해요. 남의 애들땜에 건강 해치면 너무 억울하시잖아요.^^

글샘 2005-02-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터 있었는진 저도 모르지만, 2000년에 저는 처음 왔거든요. 3학년 담임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요. 보람보다는 고생이 너무 많은... 그래서 요즘은 건강 해치지 않기 위해서 애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