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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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공기란 것이 있다.

지금 시대의 공기가 젊은이들을 취업과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의 고뇌 속으로 몰아넣듯,

한 시대의 공기에서 맡아지던 '자유와 사랑'의 달콤함...

그 달콤함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 책이 이 책이다.

 

훌륭한 예술가들의 예술 창작 과정을 기록한 책은 많지만,

정말 '그냥 애들일 뿐'인 시절의 불안감과 날마다 이어지는 흥분에 휩싸인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며 직조하는 이야기는 달콤함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싱싱함에 자못 몸서리쳐지기도 한다.

 

The air was filled with sweetness

incredible and bright

 

대기는 신기하고 환한 달콤함으로 가득하고...

 

존 레논이 오노 요코를 두고,

주위엔 예쁜 여자들이 항상 많았지만 '예술적 온도'가 맞는 여자는 오노 요코, 단 한사람이었다~

고 했다고 한다.

 

스무 살의 어린 예술가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

열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입양시키고,

서점에서 랭보의 시집을 훔치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달콤하지만은 않지만,

자유로움으로 대기가 가득차있던 시절의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늘 함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고, 그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을 뿐이다.(61)

 

반짝거리는 행복을 겪는 순간을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그걸 문자로 캡처해서 기억에 남겨두기는 쉽지 않다.

영원한 감정은 없지만,

서로 정말 잘 통하는 두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서로의 만남에 감사하며 살 일이다.

그들 역시 그랬다.

 

로버트는 말한다.

"네가 보기 전까진 완성된 게 아니야."

자기 작품이 완성되는 일은, 그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패티 스미스가 봐주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이야기.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이 말을 들은 패티 스미스의 심장 속에는,

영원히 잊지 못할 한 마디로 남아있을 것이다.

 

"아무도 우리처럼 될 순 없어, 패티."

 

사랑하는 두 사람은 언제나 '그 사람'만이 단독자이며 개별자이다.

그렇지만, 이 젊은 연인은 '그냥 애들' 취급받던 시절,

가난했고 불안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어주는 이야기는 반짝거린다.

사람이 반짝거리는 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서 블링블링한 불꽃이 튀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우린 뭐가 될까?

철없는 우리가 자신을 향해 항상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철없는 대답 또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되었다.(110)

 

서로에게로 가는 사랑, 우리 스스로가 되는 사랑.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 세태에 물들지 않고, 도덕에 오염되지 않고,

오직 순수한 삶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 싶다.

그들에게 명품백이나 값비싼 선물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바로 '상대'라는 존재였으므로..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 같은 소소한 선물들을 선물했다.

땋은 머리로 만든 십자가, 중고 장신구, 리본과 가죽으로 장식된 밸런타인 엽서를 선물하고,

편지를 써두거나 작은 케이크를 사오곤 했다. (192)

 

사랑하는 이에겐 아무리 작은 기념품이라도 선물이 된다.

작은 쪽지에 남긴 글씨 몇 자도 소중하다.

그러나, 그들의 선물은 패티에겐 '헤집어놓은 상처를 막아보려 애쓰는, 마치 무너져 가는 벽을 다시 세우려고 구멍을 메우는 것처럼' 안타까운 것이었던 모양이다. 마음 아프다.

 

게이가 아니면서 생활을 위해서 남창 일을 하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로버트 메이플소프.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로버트는 웃으며 말한다.

 

문만 열면 항상 내가 있을 거야.(193)

 

그래.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그런 사랑도 있는 것이다.

 

Separate ways Together

다른 길을 가면서도 함께...

 

예술가와 모델로서 우리가 발견한 비법은 간단하다.

상대를 믿고, 자신을 믿는 것.(250)

 

그렇다.

담배를 끊는 비법 같은 건 세상에 없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되는 것.

사랑하는 비법 역시 없다. 그저 상대를 오롯이 믿고 따르는 수밖에...

 

사람은 누군가와 늘상 마주친다.

그렇지만, 몸과 몸이 마주친다고 인연은 아니다.

두 사람의 마주침이 만남이 되고,

그 인연을 일생일대의 기회로 고맙게 여기는 사람만이, 그 인연을 누릴 수 있다.

 

결국, 사랑은 자기 마음이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저런 이해타산을 앞세워, 사랑하는 사람과 이해득실의 줄다리기를 할 때,

이미 자기 마음에는 사랑이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냥 아이들~일 뿐인

이 젊고 뜨거운 예술가들의 삶에서

순수한 열정을, 날것 그대로의 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이 어설퍼보이는 삶의 이야기들이 지극히 사랑스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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