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로켓파크 카르페디엠 32
이시다 이라 지음, 김윤수 옮김 / 양철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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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은 보통 '관계' 중심 서술로 끝나기 쉽다.

이 소설은 한발 나아가서,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자본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소설로 자리매김하기 좋은 소설이다.

경제 동아리 같은 것을 만드는 중고생들이 읽고 토론하거나,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기 좋은 소설.

 

물론,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다.

 

가난한 홀어머니의 아이들... 의 시대.

지금 중고생들의 일탈 문제에는 사회, 경제적 문제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지만 간타와 요지는 그런 가정의 어려움을 오히려 변곡점의 발판으로 삼는다.

성격 장애를 앓고 있는 '간타'의 이름이 이 소설의 제목인데,

그만큼 간타의 행동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득 담고 쓴 소설이다.

 

어머니의 사망 후, 간타는 이모네 집으로 가지만,

나흘 걸려 간타가 돌아온 곳은 로켓파크...

거기서 간타를 기다리던 요지.

 

평생 함께할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인생은 두렵지 않아.

 

물론 그렇다.

그 친구가 어린 시절 친구일 수 있고,

결혼 후 배우자일 수도 있다.

사회에서 만든 친구가 그 역할을 하긴 쉽지 않은데,

공동체 사회가 무너져가는 한국 사회에서 어린 시절 친구가 그 친구가 되기 역시 쉽잖은 노릇이다.

영혼의 쌍둥이, 라면,

언제 어떤 나이에 만나든, 알알볼 수 있을 것이다.

눈만 똑바로 뜨고 쳐다본다면...

 

신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강하게 만드셨대.

곤란하거나 괴로운 일을 견딜 수 있는.

그래서 우리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래.(23)

 

질병은 나을 수 있지만, 장애는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

그렇지만, 장애를 가진 간타를 가르치면서 요지 역시 사회의 골짜기를 경험한다.

 

선생님들도 깨닫지 못하고 계셔.

겉으로는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지만,

뒤로는 어른들이 다루기 쉬운 고분고분한 아이들로 키우려는 거 같아.(120)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동양의 교사들은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저와 같은 젊은 세대는 모두들 당신 같은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같은 사람이라니, 무슨 뜻이오?

당신 같은, 경제가 호황이었던 좋은 시대에 일본에서 자라나 일을 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지자때맞춰 잘 도망친 사람을 말합니다.(268)

 

이 소설 속의 화자는 시대의 불화를 잘 읽어 낸다.

물론, 주인공을 들먹여서 젊은이들의 논리를 펼쳐내기도 하고,

또 당연히, 제대로 된 해결책에 다가서는 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는 회피하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사람들이 얼마나 어른들의 논리에 얽매여,

충분히 내야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젊은 층에게 이런 소설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가기 위한 인어 공주의 노력처럼,

칼로 저미는 듯 아프겠지만, 반드시 근원을 찾아가야할 지점의 하나를 짚어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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