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드라마 '내딸 서영이'가 무지 인기인 모양이다.

가난한 여자가 부유한 집에 가정교사로 들락거리다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인정받는 가정에서 아버지와 남동생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핏줄을 부정한 사람에 대한 불신에 대하여 문제제기하지만,

시청자들을, '그래, 베드로도 예수를 세 번이나 부정했잖은가. 누가 서영이에게 돌을 던지랴.'하는 분위기로 몰고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눈물 포인트인 듯 싶다.

 

세상은 절대선 또는 절대악으로 분리할 수 있는 혼합물의 세계가 아니다.

쉽사리 금그어지고 나뉘어질 것처럼 보이는 것조차도 오랜 시간 열과 압력에 노출되면 화학적 변화를 겪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삶을 절대적 잣대로 갈라보려 하면 어긋나기 쉬운 것이다.

 

이 소설의 상상력은 발칙하다.

잘 나가던 행복한 집안의 아~무 문제없던 딸내미가 글을 쓰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한 사건을 통해서 온 세상에 유명하게 알려진 얼굴이 되고,

그로부터 엮이는 문제들로 자신의 '근본'을 뒤적이게 된다.

'근본'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내편'과 '적' 또는 '정상'과 '이상'을 가르는 구분의 두려움을 수반한다.

 

88올림픽 끝나고, 한국에는 족보 판매의 열풍이 불었다.

천민, 평민들의 후예들이 족보를 수백 만원에 구입하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은 양반들의 나라가 되었다.

모두들 무슨 가문의 후예들인 셈인데, 그것을 아직도 '자네 본이 어디인가?'하고 묻는 어른들을 만나면서 보게 된다.

이렇게 '근본'에 매이는 까닭은, '나'와 다른 '그들'과의 적대적 감정이 마음 속 어딘가에 담겼기 때문일 게다.

 

사건이 끝나고, 심하게 다친 여주인공이 남자에게 간다.
리들리를 걱정하는 남자에게 그녀는 말한다.

"그럴게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왔어요. 내가 옆에 있다는 걸요."(440)

 

리사 엉거가 이 소설을 쓴 이유가 이 한마디로 집약되는 느낌이다.

너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

내가 옆에 있다는 거,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 다만,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세상은 아무리 외롭더라도 말이다.

 

믿을 놈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귀여운 작가는 이렇게 외친다.

 

바로 그것이 내심 우리가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랑을 찾고 있다고, 꿈을 따라가고 있다고, 돈을 좇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찾는 것은 우리가 속할 곳이 아니던가?

우리의 생각, 감정, 그리고 두려움을 이해받을 수 있는 곳.(359)

 

남녀의 심리상 상이점에 대해서도 그녀는 제법이다.

 

누군가를 믿고, 그 사람과 몸을 섞는다.

그가 나와 인생을 같이 하고 싶은 거라고,

육체관계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최종 목적을 이루었고, 게임은 끝이 난다.(190)

 

남자 - 인간이 최종 목적을 달성했을 때,

여자 - 인간은 믿음이 싹트기 시작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참 다른데, 그럼에도 그들은 또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날 규정지었던 것들로부터 갑자기 자유로워지고 나자,

지켜야할 경계선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우리의 교감 속에서 만들어진 쾌락에 몸을 내 맡기고 제이크에게 내 자신을 오롯이 내보였다.

그  순간 그곳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진짜 나였고,

이제야 막 내 인생에 들어온 그 사람은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알았다.(108)

 

이렇게 신뢰하는 여자에게 상처를 줄까,

읽는 내가 조바심을 했다. 작가 역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 쇄골과 목 사이의 약간 움푹 파인 곳을 핥으면 어떨까 벌써부터 상상이 되는 사탕같은 입술,

그 역시 느끼고 있었다. (47)

 

ㅎㅎ 감각적인 묘사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내가 믿고 있던 세계가 한 순간에 무너질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염없이 믿고 싶어진다.

의문부호 없이...

 

아무래도 정말 알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답보다는 질문이 더 안전하니까.(225)

 

이 한 마디는 이 책의 주젤 압축하는 문장이다.

답보다는 질문이 더 안전하니까,

연인들은 늘 질문을 하고, 답은 회피한다.

삶은 그런 것이다. 답은... 언제든 오답으로 판정날 수 있다.

선과 악, 역시 그렇듯...

 

슬픔이란 일직선이 아니라고 했다.

치유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부분이 망가진 부분보다 더 많아질 때까지 이리저리 갈지자로 힘들게 헤매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란 어느 일정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슬픔과 공포 같은 감정들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다.(229)

 

모든 것은 둘로 나누어지지 않고,

마음이란 나비처럼 일직선 아닌 곳을 통해 날아간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세상은... 그런 곳이라니 말이다.

사람은... 그런 것이라니 말이다.

 

 

263. 우리는 웃었다. 장례식에서 전혀 웃을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울분을 풀며 웃는 사람들처럼... 울분, 보다는 '회포'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장례식에서 울분을 푸는 건 쫌 아닌 듯...

 

414. 한번 맞춰보십시오... 맞혀보십시오...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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