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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꿈꾸는돌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표지다.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조용히 눈 감고 졸음에 빠진 아이의 모습이, 한편 부처님의 모습같고, 한편 백제의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불가에서 여섯 단계의 수행을 이야기할 때, 첫째, 수식(호흡에 집중하는 수행), 둘째, 상수(호흡에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계), 셋째, 지(정, 또는 적, 사마타, 마음이 호흡을 의식하지 않고 한 곳에 응집되어 고요히 안정되는 경계), 넷째, 관(혜 또는 조, 위빠사나, 일체 대상세계에서 실상을 보는 깨어있는 마음), 다섯째, 환(지와 관의 수행을 닦아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일체 대상 세계의 일반적 특성을 체득하는 경계), 여섯째, 정( 내면의 영적 승화인 깨달음과 초세간적인 청정한 초월의 완성)을 일컫는다.
그 셋째와 넷째를 이른 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기.
그 바라보는 경지는 일체의 망상, 잡념에서 벗어나,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요히 명상에 잠기려고 하다보면, 얼마나 큰 망상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아무리 고요한 곳에 홀로 앉아 있더라도, 그리고 내 몸을 스캔해 가면서 나의 현재가 감사함을, 오로지 현재만이 아름다운 것임을 깨달음의 순간, 늘 떠오르는 잡념들은 나의 어리석음이 교과서적임을 증명해 준다.
사람이 마음의 안정을 갖기 위해서는, 모든 망상을 놓아버려야 한다. 내 마음이 부질없이 흐르는 강물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는 객관적인 안목을 기르는 법을 이야기로 풀어놓은 책이다.
불법의 오계, 위빠사나 명상 등의 개념을 개념으로써가 아니라, 간단한 예를 들고, 마치 이웃사람에게 동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라고 볼 수 있고, 불교와 상관없이도 마음의 평안, 평화를 찾기 바라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틱낫한 스님의 가장 큰 장점은 글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배운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쉽게 풀고 대중적인 책을 내다보니 책마다 반복되는 말들이 많다는 것은 책을 부지런히 사는 사람에겐 조금 아쉬운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몇 번 읽고, 책을 남에게 주어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도서관에서 스님의 책을 빌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이 책에서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수행하도록 도움을 주는 시가 있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숨을 들이쉬고 있음을 안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숨을 내쉬고 있음을 안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꽃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신선함을 느낀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산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산처럼 흔들리지 않음을 느낀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고요한 물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말,
우리 모두는 변화하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할 때, 우리는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며 삶의 열매를 함께 나누기로 약속한다. 한 쌍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갈 때,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지낼 때,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기쁨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 때, 우리는 이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생각 대신에 나는 그대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더 많이 포용하고 이해하면서 배우자에게 될아가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대는 그 사람이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대 또한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자두마을의 '화를 푸는 법'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평화의 서약>
1. 더 많이 상처 주고 화를 내게 만드는 말이나 행동을 삼간다.
2. 화가 나나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않는다.
3. 호흡을 자각하면서, 자신 안에서 화를 가라앉힐 방법을 찾는다.
4. 마음을 가라앉히고 24시간 안에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자신의 화난 마음과 고통에 대해 직접 만한다. 아니면 '평화의 쪽지'를 통해 그것을 전달한다.
5. 며칠 지난 주말, 이를테면 금요일 저녁에 만나서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자고 말하거나, '평화의 쪽지'로 그 뜻을 전달한다.
6. '난 화나지 않았어, 난 괜찮아. 고통스럽지 않아, 화낼 일이 뭐가 있어, 그만한 일에 화낼 필요는 없어.'하고 말하지 않는다.
7. 호흡을 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깊이 들여다보는 수행을 한다. 앉고, 눕고, 서 있고, 걸어다니는 동안 수행하면서... "때로 나는 미숙하게 행동했다.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내 안에 있는 강렬한 분노의 씨앗이 내가 화를 낸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신의 분노의 씨앗에 물을 준 다른 사람은 부차적인 원인이었다. 상대방은 단지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위로받고싶어 그런 생동을 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고통받을 때, 나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8. 자신이 깨어있는 마음 없이 미숙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즉시 사과한다.
9. 그를 만나서 차분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약속을 뒤로 미룬다...
어려울 것은 하나도 없다. 나를 다섯 살 짜리 어린아이처럼 이해하고, 남도 같이 이해하면 된다.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흐름은 어디 쉬이 멈춰지던가. <의식은 흐르고 흘러> 나도 모르는 곳으로 가 버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지 않더냐. 지금 이순간,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깨닫고 살기 위해,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깨달음이 <현재>를 <선물>로 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