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국, 글쓰기는... 조급하지 않게 열심히,
욕심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고집하지 말고 자기만의 생각을 찾고
독선적인 글을 버리고 독창적인 글을 찾으며
고립되지 않고 고독한 창작의 열의를 불태우노라면...
누구에게나 이루어 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리뷰 중...)

 

그래서 글쓰길 해보는 사람들은 좌절한다.
작가가 말하는 '개구리 언어'밖에 글이 되어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왜 글을 매일 쓰는 훈련을 하는데도, '왕자나 공주'의 글이 나오지 않는 걸까?
특히 이 책은 일반적 논설문, 논술문, 수필 등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시나 소설 등의 문학적 글쓰기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양한 글의 예를 들려고 했겠지만,
외국 소설들을 번역한 것을 설명문의 사례로 드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외국 작품들이라 하여도 그 아이디어를 빌려오기가 좋은 것들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 문장들은 외국 작가의 것이 아니라, 번역가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글은 문장으로 이뤄지고, 그 문장들이 하나의 주제를 위해 달려간다.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단어들이 취사선택되고, 여러 표현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주제를 제대로 드러내기란 요령부득... 쉽게 얻기 어려운 경지가 반드시 있다.

사랑이란 단순히 어떤 멋진 대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면 웃음이 많아지고,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기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해지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기꺼이 자기 헌신을 감수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자신이 먼저 사랑스럽게 변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도 스스로가 사랑스럽게 변해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16)

이렇게 '멋진 글쓰기'를 사랑하도록 독자에게 위안을 준다.
멋진 글을 쓰고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애정인 셈.

어떤 경우든, 언어 사용의 실질적인 변화없이 사람이 변하는 경우는 없으며,
사람이 변하면 그 사람의 언어 또한 변한다.
내가 변하기 않고 문장 기술만 훈련하는 것은 글쓰기 공부가 아니다.
이제까지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나로서의 모험을 시작하는 경험이어야 '창작으로서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30)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되어야 하고, 결국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단 소리다.
글쓰기 공부는 결국... 삶의 공부인 셈.
이런 것을 모파상은 이렇게 말한다.

아주 작은 사물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담겨있는 법이다.
그것을 발견하도록 하자.
불과 들판의 나무를 묘사하려면, 다른 불이나 나무와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앞에 서있어야 한다.(73)

연애편지를 써본 이들은 알 것이다.
자기 마음을 전달하려는 문장을 한 문장 이끌어 내기가 얼마나 수월치 않은 일인지를...
끝없이 주변을 관찰하면서, 자기 마음과 가장 비슷한 것들을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읽고, 관찰하고, 편지지를 썼다 구겨 버리기를 수십 자,
그 뒤에야 아주 여리게나마, 일반적인 사랑 고백과 조금이라도 비슷하지 않아 보일 때까지... 써야한다.

그러나 글쓰기나 연애나, 매일매일 단위로 삶은 다른 일의 연속인 셈.
파스칼 키냐르의 언술을 동원하여 날마다의 생각을 적어보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사랑에 빠질 때마다 우리의 과거는 바뀐다.
소설을 쓰거나 읽을 때마다 우리의 과거는 바뀐다.
과거란 그런 것이다.(88)

글을 쓸 때도, 일상 언어처럼 단순하게 발언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초점을 맞춰가려고 애써야 한다.
모든 사물을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던 조상들의 자세를 떠올려야 할 일이다.
그러노라면, 매일 매일은 같은 날처럼 보이지만,
매일 매일은 조금씩 나아가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글쓰기는 결국 작가가 발전하는 길이 된다.
연애 편지가 사랑의 발전을 기록하는 역사의 서술이 되듯...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단지 대상을 중립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하는 작업이 아니라,
동시에 나의 관점, 거리, 욕망, 태도 등을 함께 드러내는 일이다.
나의 모습도 함께 드러내는 일이어서,
대상과 화자가 동시에 생성되는 과정이며,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자신이 '언어화'를 통해 동시에 출현하는 일이다.(120)

글을 쓰는 일은,
하나의 세계관을 표출하는 작업이 된다.
연애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면모를 이모 저모 드러내어, 상대와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모색에 대한 노력의 몸짓이 되는 것이듯...
인간은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일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 우연히 책을 소리내어 읽어볼 일이 있었는데,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아들 왈,
"아빠, 옛날에 나한테 책읽어 주던 그 목소리다." 이런 소릴 한다.
갑자기 시간이 십 년 전으로 급속한 리와인드를 겪으며,
아직 젖살이 뽀얗던 아들의 어린 시절이 호명되는 경험을 했다.
잠시 아내도, 나도, 아들도...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별것 아닌 말 하나의 표명도, 한 세계를 오롯이 불러올 수 있는 힘이 있다

명작이라면,
훌륭한 문학이라면, 독자를 그 세계로 불러 올리고,
독자 역시 작가와 마찬가지의 세계에 대한 고민을 길어올릴 수 있는 두레박 역할을 해야 할 노릇이다.

어떤 사람이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 보자, 아무도 없고 달팽이 한 마리가 초인종 위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달팽이를 떼어 잔디밭에 던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1년 뒤 다시 초인종이 울려 가 보니, 다시 달팽이 한 마리가 초인종에 붙어,
"당신, 조금 전에 나에게 무슨 짓을 했어!" 라고 항의하더란...(126)

이렇게 존재에 따라 바라보는 개념은 다르다.
인간의 1년은 달팽이에게 '조금 전'이 될 수 있는 일.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1년이 순식간에 쏜살같이 지날 수도 있으며,
지옥처럼 지겹게 기억하기 싫은 순간들로 점철될 수도 있으리라.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글쓰기를 위해 남들 앞에 글을 드러내야 하는 일도 필수란다.

말한다는 자체가 스스로 의식하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읽힌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연다는 뜻이며,
듣고 토론한다는 것은 함께 공감을 나눈다는 뜻이다.
어떤 문제일지라도 그것을 스스로 의식하고 마음을 열어 타자와 나누고 타자가 함께 공감해 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더는 치유불가능한 정신적 문제일 수 없다.(154)

합평 뿐만 아니라, 글로 드러내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고미숙, 등의 '누드 글쓰기'에 사주 팔자를 도입한 것도 그렇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열어 오픈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가지는 일은,
공동체적 사회여서 묻고 말고 할 것도 없던 삶 속에 살던 한국인들에겐 생소하고 낯선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파편적 개인들의 사회가 된 이상,
의식한 상태에서 마음을 열고 공감의 기회를 가지는 일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물의 실재를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남긴 인상만을 기록하려 한다.
스탕달에게 있어 사건이란 그 자체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영혼을 자극할 때에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155. 슈테판 츠바이크, 차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중)

모든 세부를 다 적을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영혼이 짙은 감동에 젖었을 때,
그 감동을 전해주려 언어를 풀어 내는 일이 '사건'이 된다는 것이리라.
자신의 진한 인상을 담아, 사물을 실재에 가깝게 표현하고 묘사하려는 일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게 되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법한 글을 만났다.
은희경의 트위터에 있던 재치있는 글 한 줄.

'그러지 말았어야지'에서 주로 배운다.
'그렇게 하는 거구나'에서 배우면 좋을 텐데.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겨먹은 걸.
'또 그럴 수도 있다니!'에서 배우지나 말아야지.(219)

인간은 늘 부족한 존재란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공부해서 습득하면 좋으련만,
늘 잘못된 일을 겪고나서 후회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그렇지만 스스로 어리석은 것을 인정하면서 살아야한다.
다만, 한번 저지른 실수를 또 저지르지나 않고 겨우 살았으면 하고 바랄 뿐.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이루어지는 확률이 극히 낮다~는 말이렷다.
인간은 세상의 참으로 많은 경험들을 전수받는 기회를 가진 동물인데,
그것에서 배우지는 못하는 존재다.
그런데, 더욱 어리석은 것은, 그 잘못을 반복해서 자꾸 저지르는 것.

시나 소설을 쓰는 이라면,
아니면 책을 집피하는 이라면, 적어도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이 책을 교과서삼아,
특히 3년~5년 동안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경지를 얻게 되도록... 애써보는 일도 힘겹지만 보람있는 일일게다.

사는 일 역시 그렇다.
정진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 세상에 하나도 없다.

 

172. 한자가 하나 틀렸다. 주식(柱式)...은 기둥의 예술 양식... 같을 때 쓴다.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하는, 일본어 가부시키... 영어로 stock을 가리키는 한자는 株式이라 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한시경 2013-01-2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구입해 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햇는데...글샘님의 리뷰를 읽고나니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늘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어요~

글샘 2013-01-24 13:00   좋아요 0 | URL
첨 뵙는 거 같네요. ^^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구체적으로 글을 쓰고 있거든요. 어서 읽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