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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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부제의 '토닥토닥'에 윗점을 찍어, 힐링의 용도를 강조했다.

한동안 알라딘에서 글을 쓰곤 해서 '조금' 친했더랬는데~

트위터가 나오면서 부턴지, 얼굴을 대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책으로 만나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힐링인가부다. 워낙 사는 게 힘드니...

 

힐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분명히 그 '대상'을 명시할 때,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대상에 따라 처방이 조금씩 달라져서 정확히 처방될 때, 힐링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모든 약과 마찬가지로, 힐링에도 '사이드 이펙트 - 부작용'이 있음도 알아둬야 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비혼 여성이라면 완전 딱,이다.

거기다 직장에서 온갖 힘든 일을 다 하면서, 외로이 쓸쓸히 집구석으로 퇴근하는 비혼 여성이라면, 이 책의 복용 대상이 된다.

다만, 부작용 몇 가질 명시하자만,

이 처방전은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자랐고, 명문대를 졸업하였으며, 대기업을 때려쳤다 다시 들어갈 정도 실력자'임을,

그래서 여성이지만, 삼성정밀이란 회사에서 차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임을,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지만, 얼굴도 예쁘고 귀엽게 생겼으며 유머, 독서, 글쓰기 등에서 탁월한 재주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임을,

미리 알고 읽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찌질한 나에게 어떤 위안을 주려나~ 하고 들여다 보다간, 이런 왕재수가 있나~! 이러면서 집어던지게 될는지도 모른단 말씀.

 

아무리 직장에서 잘 나간다 해도, 인간으로서 혼자 사는 외로움 같은 것을 감출 순 없다.

작가는 그런 것을 숨김없이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 감정은 '은교'의 이적요에게도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넉넉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당신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어린 연인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 한번 하고 싶어도 당신은 갈 수 있는 데가 없습니다.

늙은 당신이 물을 흐리기 때문입니다.(251)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혼인 그녀가, 안자일렌 상대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결혼한 사람들의 속마음인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결혼한 사람들이 왜 한없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지를...

그들 역시 얼마나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답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은교의 이적요를 바라보듯 좀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길 바라기엔,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

 

사랑하는 사람의 비밀이 되나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니까.

지금 일상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재미없는 연애나 결혼생활에 지쳐가는 사람이 있다면,

도무지 스펙터클한 일이 없어서 심심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일상을 함께 나누는 기쁨이 얼마나 절절하게 소중한 것인지...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87)

 

일상을 함께 나누는 기쁨이 절절하게 소중한 것인줄 몰라 일요일에 잠만자는 아빠가 되진 않는다.

내가 이런 시비를 거는 건

남자들보다 더 남자처럼 일터에 봉사하는 '삼성맨'인 그녀가 바라볼 수 없는 인생의 측면이 세상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19)

 

이 책을 관통하는 자부심 같은 것을 읽노라면,

클라인 수선 님이 좀더 '존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살 수 있도록...

멋진 남자가 나타나 주었음 좋겠다.

훌륭한 글 따위, 다 집어 치우고,

오피스텔에서 텔레비전도 다 끈 상태로, 노트북에 뭔가를 부지런히 입력하는,

쉬는 날, 휴가를 내어 '작업'하는 '훌륭함'의 경지를 잊고,

그저 한 남자랑 뭘 걸치든 말든,

햇살 가득한 방 침대 위에서 시시덕거리고, 장난도 치고,

살도 맞대고 아~무 훌륭함 없는 상태로 모든 세상을 잊고,

Love~ is feeling~ feeling love~ 라도 노트북에 켜 놓고,

'쉼'의 존재로서,

상대라는 존재, 오로지 그 존재 하나만이 중요함을 느끼는 순간순간을 누릴 수 있음 좋겠다.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도

그 느낌을 오래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인생을 관통하는 아주 핵심적이고 중요한 능력~!(27)

 

중요한 능력임엔 틀림없지만, 그것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유전자에 내재된 것처럼,

짐승처럼... 두 사람이 마주보고 웃을 수 있으면, 그 능력은 이미 내재된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능력조차 갖추려고 애쓰는 일은, 어쩜 무의미한 일 아닐까?

 

마법의 질문을 아는 그에게는... 마법의 질문에 대한 답은 준비되어 있어 보인다.

다만, 자신의 전 존재를 '직장'에, '일'에, '책'에 내걸기 보다는,

'아이'와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들'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마법의 질문이 간혹 배부른 소리일 수 있음도 알아줌 좋겠다.

 

마법이 질문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우리가,

나 연극을 좀 해볼까 봐. 뭔 구청에서 하는 연극학교가 있는데 가볼까봐.

라든가 이탈리아 가곡을 배울까봐. 그러면,

어 그래? 연극? 그거 해서 뭐하려고 그래?

이게 마법의 질문이에요.

해서 뭐하려고 그래?

그런데 예술이라는 것은 뭘 해서 뭘 하려는 게 아니죠. 예술은 최종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것은 우리 영혼을 구원하고 우리가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거예요.

술과 약물의 도움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자기 표현을 하도록 도와주는 거죠.(123)

 

그래. 수선 님의 이 책도, 읽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니까 훌륭한 예술 작품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작업의 노동 강도에 짓눌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 자기 표현을 하도록 승화된 예술 표현에 의하여 카타르시스를 '조금'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점점 나이를 들어가는 그는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금방 새살이 돋아나는 어린 남자와 달리,

이제 난 한 번 다치면 재싱이 불가능하게 큰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므로...(190)

 

그래도 말이다.

이 책에 가득 담긴 만큼의 기백이라면,

홍콩의 바다는 깊다~는 것을 알 정도의 지혜라면,

상처가 두려워 '소중한 발견'에 눈을 감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

 

그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인용한 문장 역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경구일 것이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걸 말이다.(238)

 

이 점을 명심하고 조심하는 일은 중요하다.

언어의 칼날에 한번 베고 나면, 잘 낫지 않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그는 잘 알고 있다.

 

누구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그 누군가의 고독과 고통, 절망과 자괴감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일인 것 같다.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는 것.

소리없이 터져나오는 비명을 듣고 보듬어 주는 것.

이 사막 같은 세상의 모래알처럼 혼자 부유할 때 가만가만 옆에 있어주는 것.

지금와서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다.

나의 연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때의 나는, 내가 고독한 만큼 그도 고독하다는 걸 몰랐던 걸까, 모르는 척했던 걸까?(260)

 

사랑과 연민은 분명 다르다.

그렇지만, 연민과 사랑의 경계선은 분명하지 않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에서 시작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므로...

그 사랑이 정말 진할 때, 인간은 또한 무한 아름다워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므로...

 

 

 

오타 한 곳...

172. 단발마의 고통... 단말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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