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집 - 종달새의 날갯짓에서 이끌어낸 기의 철학 청소년 철학창고 29
김교빈 지음, 서경덕 원작 / 풀빛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지'라는 것은 능히 그칠 곳을 알아서 그치는 것이니,

그 그칠 곳이 아닌 데에 그치면,

그 그침은 그칠 곳에 그친 것이 아니다.(이규보, 지지헌기 止止軒記)

 

이 '지지'라는 말은 주역에 나온다고 한다.

서경덕은 보통 '황진이'의 대역으로 섹시 코드를 잠재운 코믹 유학자 내지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깊은 산 속에 어느 님 오랴마는 / 지는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긴가 하노라' 하는

임 기다리는 시조 지은 이로만 알고 있었다.

 

개성의 송도 3절로, 박연폭포와 황진이, 그리고 그를 치는 이유를 난 몰랐다.

화폐에도 이황, 이이는 있지만, 그는 없어서... 그의 위상을 알 바 없었다.

이 책은 청소년용 철학서지만, 간결하고 유용하다.

어른들도 읽어볼 만 하다.

 

조선이란 나라는 국가 질서를 위하여 '성리학'을 도입한다.

성리학적 질서를 위하여 '문자'를 만들 정도로 조선은 이노베이션에 능한 나라였다.

15세기에 주민등록증(호패)을 만들어 백성을 관리한 왕조는 전무후무하다.

다만, 너무 '왕조 유지'에 몰입하다보니, 금속활자 같은 좋은 조건도 '삼강행실'을 가르치는 데나 써먹었단 한계가 있고,

질서 유지를 위해 '삼강행실'을 '도록'으로 만들어 가르칠 정도로 전염성 강한 철학 국가였다.

 

철학서에서 '니체'를 위험인물로 치는 자들이 있듯,

조선의 이기론에서 '기 철학'자인 서경덕을 치지도외 하는 것은 어쩜 당연할지 모른다.

 

주역이라는 책은 '점치는 책'이지만,

그 점의 원리라는 8괘와 64괘는 그 풀이가 모두 자연의 이치를 본따고 있다.

하늘과 땅, 물과 불.... 이렇게 자연을 궁구하여, 그 이치를 본받아 삶의 이치에 빗다는 것이 주역인 바,

서경덕이 주역을 받들어 모시는 것도 '기 철학'의 본류와 통한다.

 

주역에서 이르기를 '머물 만한 때면 머물고 갈 만한 때면 간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생각도 없고 잘못도 없는 경지에 멈출 수 있겠습니까

경건함을 지키고 이치로 물끄러미 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래서 일이나 물건이 지나가 버리면 곧 마음을 거두어 들여서 맑은 거울의 텅 빔처럼 맑게 될 수가 있어야 합니다.(103)

 

동지를 가리키는 주역의 괘는 '복' 復 괘이다.

가장 어둡고 가장 추울 때가 가장 희망찰 때란 뜻이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뜻도 품은 뜻이다.

 

이렇게 자연을 통해 삶을 바라보려는 학자들의 마음을 새로이 읽어봐야 할 시절이 돌아오니,

마음은 어둡지만 불빛을 찾아 '복 괘'를 뒤적거림도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