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애인 문학과지성 시인선 391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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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 제목을 보고는,

이은미의 '애인있어요'를 떠올렸다.

그런데, 시집을 읽어나가면서, 당황스럽다.

숨겨둔 애인이나 몰래한 사랑 류의 로맨스를 기다렸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

 

시집 무게를 쟀다. 0.26 킬로그램. 얼마나 더 가벼워야 하나


짐을 열어 보면 삶의 질이 보이지요 질에는 질염이

있고 빨갛게 붓는다 해도 난 그 안을 볼 수 없거든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생각이 거기 미치자 난

내 집 속에서 꿈틀거렸다.(질 & 짐, 부분)

 

시인은 계속 묻는다.

시의 의미가 너무 가벼운 세상.

삶에 비해
삶의 비루함에 비해

시가 그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작은지... 계속 묻는다.

온 몸으로...


‘문학적’ 이라는 말

문학적 죽음, 문학적 행동, 문학적 선언, 시적 인

식, 시적인 소설

나는 지금 시적으로 시를 쓸 수 없구나 (문학적인 선언문, 부분)


그 고뇌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화란 이름을 뒤집어쓰고 행하는 폭력적인 '신제국주의'는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이땅에도 횡행한다.

힘없는 시인이지만,

폭력의 한편인 시인은 그런 것에도 아프다.

온 몸으로...

 

그 길지 않은 시간동안

내게 한국말을 배우던 베트남 여자가 도망쳤다

그녀의 친구는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죽였다고 털어놓는

나는 그의 모국어를 혐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국말로 먹고사는 사람(자살, 부분)


그렇게 시인은 힘겨움을 감추지 않고 쓴다.

온 몸으로...

울면서...

삶이란 게임을 고민한다.

 

나를 넘긴다

공의 각도가 더 깊어지고 넓어지기 전에

재빨리 받아쳐야 하는 테니스 선수처럼


나는 나를 지탱할 수 없다


나를 받아넘긴다

카메라 뒤로 돌아와 슬그머니 자신을 만난 배우처럼

서먹하거나 당혹스럽거나

혹은 충만함을 견딜 수 없을 때


나는 나를 받아치고

숨 가쁘게 떠나보내며

나를 그리워한다

두려움에 떨며 나를 기다린다(크라잉게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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