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민음사 모던 클래식 60
모신 하미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수한 성적으로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파키스탄 청년 찬게즈.

그는 언더우드샘슨이란 기업재정 평가회사에서 유능한 인재로 일한다.

매력적인 미국 여성 에리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찬게즈.

 

그러나, 곳곳에서 그는 '파키스탄인'으로서의 자아와 '미국인'으로서의 자아의 혼란을 겪는다.

순물질들처럼, 뒤섞여 살지 않았던 시대엔 없었던 문제가,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혼합물'의 시대가 되었다.

특히 미국의 인종 혼합을 '샐러드 볼'에 비유할 정도니 미국의 문제는 쉽지 않다.

 

그 혼란의 최정점을 찍은 사건이 9.11 사태다.

미국이란 나라의 시혜를 받은 찬게즈.

그가 9.11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 간극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뉴욕 WTC 쌍둥이 건물이 하나둘 무너지더군요.

그때 나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래요. 혐오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즐거움이었어요.

 

당신은 혐오스러워하는군요.

당신은 아마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주먹을 쥐고 있군요. 그 큰 손으로 말이죠.

하지만 나는 비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관심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내가 무고한 사람 수천 명이 살육당하는 걸 보고 기뻤다고 하는 건 당혹스러운 느낌과 더불어 하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공격의 희생자들을 생각한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67)

 

나 역시 그런 당황스럼을 느꼈던지라, 그의 소설에 공감을 했다.

 

지루한 예의바름 말고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줘요.

나는 정말로 그게 좋아요.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 (26)

 

여친 에리카가 파키스탄인 주인공을 칭찬한 일이다.

다른 문명의 미덕을 이렇게 읽어준다.

파키스탄 문명의 조심스러움을 또 이렇게 일러준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내 손가락을 밀어 넣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었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접촉이 끊겨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74)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욕망과 욕구를 넘어서는 섬세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문명의 차이를 넘어선 인간의 배려와 사랑의 표현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그녀 안에 있는 갈라진 틈을 엿보았어요.

그녀가 내 가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쓰럽더라구요.(56)

 

이렇게 그들은 연민과 애정, 공감과 소통을 쉽게 획득한다.

 

당시에는, 솔직히 지금도 그렇긴 해요.

미국은 거드름만 피우고 있었어요.

하나의 사회로서 당신들은 당신들을 공격한 사람들과 당신들을 묶어주는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요.

당신들은 스스로의 차이, 우월함에 대한 신화 속으로 들어가 있었어요.(147)

 

친구 에리카는 실종되고,

찬게즈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제3세계인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프레데릭 제임슨은

"제3세계의 텍스트는 필연적으로 알레고리적이고 국가적인 알레고리로 읽힌다."고 했다.

 

아메리카를 환기하는 연인 Erica...

잃어버린 황제 징기스칸을 불러오는 주인공 찬게즈...

그 관계를 통해... 강자와 약자가,

서로 다른 문명의 충돌이 야기할 갈등과 해법을

이렇게 정면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드물다.

 

이 얘기는 직접적이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문명의 충돌을 다루는 깊이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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