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물을 닦다 -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
조이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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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이 재밌다.

조이한, 조이한... ㅋ~ joy-한... 요렇게 들려서 이쁘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 도 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 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의 시를 인용하면서 제시한 그림 한 장.

 

 

이 그림을 보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저 사다리를 타고 오르고 싶은 꿈을 생각할 수 있고, 풍크툼~

누군가는 자기만 오르고 사다리를 차버리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풍크툼~

누군가에게 한없이 뻗어있는 마음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을 수도 있다. 풍크툼~

이렇게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경험을 풍크툼~이라고 한단다.

 

이 작품도 재미있다.

 

 

둘이 닮은 게 아니라, 같아도 너~무 같애서...

너와 나가 구별되기 힘든 인연을 만난다면 느낌이 어떨까?

째깍째깍 심장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꼭 같아서

행복감에 젖어있는 듯한 이 두 시계의 이름은... '완벽한 연인'이다.

그러나 완벽한 연인, 역시 언젠가는 조금 엇나갈 것이고, 누군가는 먼저 멎을 운명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완벽을 행복으로 여기며 사는 삶이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일 게다.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당겨 걱정하는 병,

이런 걸 인간의 '지식'이라 부른다.

 

 

의자, 너마저...

의자가 의자를 딛고 올라가, 밧줄에 목을 매고, 의자를 걷어찼다.

자살에 대하여 이렇게 강한 상징을 보여준 작품도 드물다.

<사물들의 자살>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자살 풍경의 살풍경을 대변하고 있다.

사람의 모습보다, 더 눈물겹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로댕의 '신의 손'이다.

신의 손에서 빚어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거친 석고가 빚어내는 매끈한 면들의 생성중인 모습은,

평면과 입체의 중간과정을 보고있는 것 같다.

 

삶이란 이름으로 존재가 세상에 '내던져짐'으로써,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안과 아픔, 슬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인간은 아무리 격렬하게 살았대도, 미미한 흔적만 남을 뿐임에,

<사랑>하는 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처절하다.

 

<사랑하는 이>는 자기 모습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joy-한'은 심리학 전공자이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오롯이 예술에 가 닿기 보다는,

예술에 투영된 인간의 '심리'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심리적 투영이 빚어내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그것을 바르트의 용어로 '풍크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곤 실레의 '해바라기'에서 가장 깊은 심리적 본질과 조우했다는 조이한의 이야기에도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 책의 주제는 '인생' 정도일 거다.

그 인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눈물이 마구 솟구쳐 어쩔줄 모르는 상황에서 낯모르는 이가 건네준 손수건의 친절과 위로 만큼이나,

그의 그림 이야기는 웅숭깊다.

 

그림 한 장으로 어찌 치유를 논하겠는가마는,

그림은 '그리움'을 화폭에 옮긴 것이라지마는,

그의 그림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필연코 삶의 어느 지점에서 부딪쳤던 '사랑'의 반짝이던 눈물의 기억과 조우하게 된다.

모든 삶의 아련한 추억은 '사랑'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이니...

 

사랑으로 잠 못드는 이들이라면, 그 깊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기 힘들어 허전해 한다면,

일단 조이한의 설명을 길잡이 삼아 미술관을 돌아볼 일이다.

 

모든 사랑은 '오해'이자 '상상력'의 발현인 바에야...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고,

모든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니까,

그 사랑으로 인하여 흘렸던 눈물 한 방울쯤, 조이한이 건네주는 친절한 위로의 손수건으로 훔쳐볼 수도 있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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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11-15 11:34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