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어의 정석이다
허재영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어른이 되었지만, 한글 맞춤법에 자신이 없었다.

한 페이지 정도의 논설문(주장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글이 시작부터 나가지지가 않았다.

난 고등학교때까지 국어 점수가 최상위권이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제대로 된 '문법'을 배운 적 없고, 제대로 된 '작문' 교육을 받아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졸업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의 고교는 어떨까?

우리때보다 더 문법에 취약하다.

수능 언어영역은 얄팍하게 읽는 습관을 들여 놔서, 독서 교육과는 상반된 길로 가고 있다.

거기다 교육부란 이상한 집단은 수행평가도 못하게 '서술형 평가'를 만들어 애들을 망치고 있다.

작문은 망쳐지고 있으며,

상위 집단의 독해 능력은 갈수록 세계 최하위로 떨어지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멋지다.

'정석'이란 수학 자습서를 고교 졸업생이라면 거의 알고 있듯이,

이렇게 제목 붙여두면, 국어의 여러 가지 문제 - 읽기, 쓰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문장 쓰기 등... 를 한 큐에 해결할 것처럼 꾀고 있기 때문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 책을 읽어도 한글 맞춤법에 능통해지지 않는다.

다만, 국어 사전을 더 부지런히 찾아 봐야겠구나~ 이런 생각은 들 거다.

 

<이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할 점들>

 

1. 불필요한 높임법

 

이 적금은 이자율 높으시고 굉장히 안정적이세요.(이 적음은 이자율이 높고 굉장히 안정적이에요.)

이 색깔은 하나 남으셨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으세요. ㅋ~(하나 남았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아요.)

 

2. 불필요한 사동

 

여자 친구 소개시켜 줄게.(소개해 줄게)

국어 교육시키는 분이다.(교육하는 분)

행복한 하루 되세요.(행복한 하루 맞이하세요.)

 

3. 습관과 규범의 괴리감

 

아버지도 [아버지두], 그리고 [그리구], 하더라 [하드라]

 

서울 사투리를 쓰면 다정다감해 보이기도 하는데,

습관과 규범의 괴리감을 잘 적어 놓고 있다.

 

 

<좀 더 섬세했으면 하고 바라는 점>

 

1. '국어, 우리말, 한국말'이 이 책에선 뒤섞여 쓰인다.

 

국어/우리말 쪽이 더 일반적인 말이 아닐까 싶다.

'국어 = 한국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한국어 교육이라고 하면, '외국인 대상으로 한 남한의 언어 교육'이므로...

남한(한국), 북조선, 연변조선족 등으로 이루어진 'Korean' 사용자들을 '한국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

'고려말'이나 '조선말' 아니면 그냥 '국어'라고 불러야 한다.

통일 뒤에 다시 논의해야 할 일이나, 마구 뒤섞어 쓰는 일은 아쉽다.

 

2. 서술격 조사... ㅠㅜ Be 동사는 분명 동사라규~~~!!!

 

학교 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 조사'라고 통일하였습니다.

 

-는, -을, -도, -만....이랑 어떻게 -이다, -이고, -이지, -이면서도... 가 같은 품사란 말인가... OTL

 

3. 훈민정음 서문의 오류

 

이렇게 유명한 글을... 어떻게 틀리게 표기할 수 있는지... 에혀~

 

니르고져 할배 이셔도...에서 'ㅎ+ㅗ+ㄹ+여린히읗'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ㅎ+아래아+ㄹ+여린히읗'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스물 여덟  '자'에 'ㅉ+아래아+ㅇ'를 썼다면, 마찬가지 종성 빈자리 표시 동그라미를 '세종어제'에도 붙여 줘야 한다.

그리고 이 글의 명칭은 '훈민정음 서문'인데, 그것을 '세종어제 훈민정음'으로 부른 것도 마뜩잖다.

 

4. 문법/독해 고교 교육의 문제점

 

174쪽에서는 문법 교육을 수능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그런 면이 없지 않으나, 중학교에서 문법이 형식적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국어 문법은 고등학생 수준에서 충분히 가르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 지문을 읽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독해력' 부족이 원인이 아니다.

학생의 수준은 모두 다른데 한 가지 평가 도구를 쓰다 보니 누군가에겐 늘 시간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수능은 수도권 상위 대학 입학생 정도에만 변별력을 발휘할 수 있다.

 

5. 사소한 연도 오류 : 갑오 개혁 (1895)... 갑오년은 1894년...

 

 

학교에서 '문법'은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문'도 실제 글쓰기를 시킬 수 있도록, 적은 학생과 적은 수업을 배려할 수 있다면 좋겠다.

국가에서 해주길 바라는 건 백년하청~

어떻게든 현장에서 방도를 찾아봐야 할 일이다.

 

국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읽기엔 이 책은 너무 방대하고 얕은 지식을 펼치고 있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이 읽기엔 이 책은 좀 학구적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느 정도 한글 맞춤법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5분 정도 말할 분량의 글 정도는 감동적으로 쓸 수 있는 작문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풍토가 조성된다면 참 좋겠다. 국어 교육은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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