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 왈왈 사계절 1318 문고 70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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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이란 영화는 마치 슈렉이 전복시킨 상식의 세계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그 영화의 아쉬운 점은,

'방자'가 성적 리더로 그쳐버린 것.

 

박상률의 '방자 왈왈'이 원전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암튼, 이 책의 장점은, 춘향전을 제대로 패러디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고전의 힘은 '해학과 풍자, 신랄한 비판의 힘'인데,

춘향전에서는 계급을 초월한 사랑의 성취, 또는 그런 사랑에 대한 믿음이 힘을 발휘했다면,

이 소설 '방자 왈왈'에서는 상놈 출신 방자와 양반 출신 이몽룡의 대조를 통하여,

계급이 인간성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해피엔딩과는 다르게, 원래 바람든 무 같던 이몽룡이 거지가 되어 내려오고,

방자의 도움으로 지리산으로 숨어든다는 이야기가 조금 허술하긴 하지만,

전라도말 맛의 걸찍한 탁배기 빛깔이 글에 잘 살아 있어 재미를 살려준다.

 

세상만사 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께 그러지라우.(70)

 

능글맞은 방자는 촐싹맞은 이몽룡에게 '형님, 아바지' 소리도 들어가며 연애를 지도한다.

 

'트릭스터'란 꾀많은 장난꾸러기, 사기꾼, 책략가, 요술쟁이라는 뜻으로

서사에서는 신화나 설화에서 주술과 장난으로 질서를 깨는 초자연적 존재를 뜻한다.

이제는 기존의 틀과 서사에 흠집을 내고 반전을 꾀하는 매개자로 뜻을 넓혔다.(219)

 

영화에서 '조연'이 감초 역할을 하듯,

서사에서 트릭스터의 역할은 크다.

방자 말대로 세상만사는 다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돌아가진 않는다.

갈수록 복잡미묘해지는 세상에 '트릭스터'의 역할은 점점 비중이 커질 것이고,

이런 사고의 반전은 세상을 숨막히게 하는 것들을 한방에 전복할 수 있어 큰 힘(power)을 주기도 할 것이다.

 

청소년 소설로 좀 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청소년을 청소년으로 정한 것 자체가 아무 의미없는 기준이니 청소년들도 재밌어할 소설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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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1-0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꽤 재밌지요~ 전라도 사투리도 걸판지고요!!
청소년들이 야한 책 읽으면 동영상 보는 것보다 훨 낫다는 걸 알지 않을까요?ㅋㅋ

글샘 2012-11-06 14: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애들도 재밌어 하겠던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