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우리 형 눈높이 어린이 문고 33
고정욱 글, 송진헌 그림 / 대교출판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이들 권장도서 코너에서 눈에 띄던 동화였다. 집에 있었지만 쉽게 손에 잡고 읽지 않았다. 동화란게 그렇다. 어린애들에게나 읽을 거리란 선입견. 그렇지만, 요즘엔 어린애들 상대로한 이야기 중에도 꽤 괜찮은 것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뇌성마비란 장애를 안고 태어난 종식이, 그리고 그런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종민이의 갈등과 이해, 사회의 냉대가 잘 그려진 작품이다. 작가 고정욱은 장애 문제에 관한 글을 세 번째 쓰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송진헌의 그림도 아이들 책에 많이 등장하는 그림이다. 너도 하늘꽃나리야, 돌아온 진돗개 백구에서도 만났던 그림. 아쉬운 점이라면, 종식이의 옷이 줄곧 세로줄무늬의 환자복 비슷하니 등장한다는 거였다. 그것도 하나의 편견이 아닌가 생각한다.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으로 어려서부터 소외와 냉대를 감내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정말 그들에게 장애는 십자가인지 모른다. 삶과 소외의 골짜기를 건너는 다리가 되기도 하고, 고통을 주기도 하고, 평화와 행복을 줄 수도 있는 십자가 말이다.

얻어먹을 수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한 꽃동네 할아버지. 삶의 무게는 그 사람의 외모, 배경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진리의 이야기들은 숱하게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얼마만한 편견의 시선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어제는 이십년만의 고등학교 동기회였다. 몇십명의 친구들이 모여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십 년 전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다 손을 하나 잃은 친구는 방명록에 이름만 올리고 갔다. 우리가 모였던 장소 주변에서 다른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지만, 밝은 곳에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친구 이름을 방명록에서 만나는 순간, 괜시리 모임 자체가 초라해 보였다. 바쁘고 멀리 있어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번연히 알면서도 같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친구들... 그 아이들과 같이 교가를 부를 수 없다면 그런 동창회 정도야말로 장애를 가졌던 모임이 아닐까.

교생실습 나갔던 때, 어느 반에 뇌성마비로 한쪽 손, 발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얼굴도 예쁘고, 재주도 많았다. 밝은 표정으로 늘 어른스레 행동하던 그 아이의 마음 속엔 정말 밝음만 가득할 순 없었을 것이다. 숱한 불면의 밤, 눈물로 푹 젖은 베개로 하염없이 괴로워했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지금은 서른 하나쯤 되었을 그 여학생이 잘 살고 있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많은 장애인들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마음의 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단 생각을 갖게 한 책이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불만족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켜 주긴 하지만, 그애는 너무 자신감에 넘친다. 이 동화는 잔잔하지만, 진실의 한 실마리를 품고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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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3-1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어봤는데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