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티피 드그레 지음, 백선희 옮김, 실비 드그레, 알랭 드그레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동물의 왕국'이다. 고등학교 때, 어느 선생님께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고등학생이 해서는 안될 짓이다고 역설하신 후로 텔레비전을 자의 1/1000, 타의 999/1000 정도로 멀리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주초고사를 준비하노라면, 그 시대의 무료 문화 감상 기회인 주말의 명화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그렇지만 주초고사를 새벽에 준비할 각오하고 보았던 명화들도 간혹 있었다.


자취하던 시절에도 텔레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내 친구는 에프엠 정도였다. 요즘에도 텔레비전을 보는 기회는 별로 없지만,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은 늘 내 시선을 끈다. 그 이유가 뭔지... 이 책을 보면서 우연히 떠올릴 기회가 있었다.


어린 시절에 어린이 대공원의 동물원에 근무하시는 김정만 아저씨(이제 할아버지가 되셨을)가 동물의 속성에 대해서 설명하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타잔에서 보여주던 그 야생은 바로 우리 혈액 속에 흐르는 뜨거운 헤모글로빈의 본능이 아닐까? 그 붉은 색의 철분 성분이 함유하고 있는 비린내의 본능과 따스하고 보드라운 털의 모성 회귀 의식이랄까. 뭐, 말을 붙여 보자니 그렇다는 거지, 뾰족한 이유 없이 동물의 왕국은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책, 티피이야기는 사진만으로도 재미있다. 난 이 책을 서점에 서서 열 번은 읽은 것 같다. 볼 때마다 신선하고 따스한 사진들이 정답다. 이제 티피와 난 잘 아는 사이 같다. 마치 티피가 코끼리와 친구인 것처럼.


아프리카의 부드러운 칼라하리 사막에서 마다가스카르 섬으로 옮긴 것도 힘겨워 했을 티피가 딱딱한 바위의 도시 빠리에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기사자 무파사 입에 손가락을 물리기도 하고, 타조를 타기도 하는 야생의 소녀, 티피...


덕분에 동물의 왕국을 잘 봤다. 물론 영화배우인 코끼리와 연출가인 아빠의 인위도 작용했겠지만, 왕뱀, 치타, 카멜레온과 친구가 된 항온동물 티피의 나체는 내가 볼 수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누드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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