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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행복은 추구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느끼는 자의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행복의 추구'는 '애정물, 사회물, 추리물'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선 안 될 사람과의 뼈저린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식은,
그 사랑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도록 짜여져 있다.
한국에서 유신 시대를 거치며 '빨갱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무조건 이길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은 박정희의 위업이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 '매카시즘'이란 광풍이 불었던 시대가 있었고,
못된 것은 금세 배운다고...
미운 놈은 무조건 빨갱이로 이름붙여 처단하고, 그도 저도 안 되면,
김대중처럼 납치하거나, 장준하처럼 멍청하게 추락사하도록 만들었다.
이 소설을 끌어가는 축은 배신이다.
하룻밤 풋사랑에 아기가 생겨 사랑하는 여자에게로 달려갈 수 없었던 잭(운명의 배신),
역사의 광풍에 휩쓸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아야 했던 에릭(역사의 배신),
사랑하는 연인의 배신에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 비극을 겪어야 했던 새러(사랑의 배신) 등...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본질은 배신을 감싸안는 사랑에 있다.
새러는 잭에게 배신당하지만, 그의 아이들을 끌어안고,
잭의 딸 케이트는 엄마를 배신한 아버지와 새러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그들의 사랑을 인정한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본다.
행복은 흔히 생각하는 대로 달콤하고 설렘만 있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아픔, 배신, 희생이 뒤범벅된 혼돈 상태를 겪어낸 후에 환한 빛줄기처럼 다가오는 너그러움과 따뜻한 마음,
아픔을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오롯이 이겨낸 후에 느끼는 흔들림 없는 희망을 행복이라 이야기하고 있다.....(407)
옮긴이가 리뷰에서 써야할 말을 다 써버렸다.
이런 시시한 리뷰가 있나? ㅋ~
그렇지만, 소설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 마디 철학자의 명제로 인생은 설명될 수 없는 것이므로...
개개인의 각기 다른 실존이 인간의 삶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인생'이란 사용설명서 없는 진행이므로...
아이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사실은 어른이 되어도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모든 일이 의도와 상관없이 엉망진창으로 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삶에서 그 어떤 것도 마음먹은 대로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을...(하, 405)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독자 역시 그런 위로를 통해 삶의 비밀 한 끄트머리를 만져라도 보는 듯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독서의 결과다.
메그 고모 : 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새삼 깨달았어. 삶이란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앙이란 사실을...
인생이라는 이야기에는 사실 해피엔딩도 비극적인 결말도 없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간직한 사연이 있지만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냥 끝나 버리게 돼.
대개는 혼란의 와중에 갑자기 끝나버리지. 우리의 생이 종착점이 있는 아수라장이라는 사실만 안다면...
케이트 : 네, 알 만 해요. 아수라장 속에서나마 행복해지려고 노력해라?
고모 :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 삶이란 게 기본적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그렇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금 내가 행복해 보이니?
나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아. 하지만 특별히 불행하지도 않아. (362)
삶이란 결국 '혼돈' 그 자체다.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란 없다.
혼란스러운 일은 갑자기 뜻하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갑자기 원하지 않는 결말을 낳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선지, 미래를 위해 산다며 달려가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뉴욕은 여전히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들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 있었고,
뭐 그리 바쁜지 다들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심각한 위협을 당했고, 더러는 목숨을 빼앗겼지만,
사람들은 그런 현상에 무관심했다.(285)
뉴욕만, 그 시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든, 세상은 그렇다.
무관심하고 냉혹한 것이다.
행복이 어디 있기나 한지? 의문부호 투성이 인곳이 세상이란 곳이다.
이히 하베 니히츠 다폰 게부쓰트.(이렇게 될 줄 난 몰랐다.)
이렇게 변명하려 해봤댔자... 삶의 부메랑은 나를 건너뛰지 않고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 나라는 독창성을 두려워합니다.
철저한 개인주의 운운하며 존웨인 식의 헛소리들을 늘어놓지만,
본질적으로 이 나라는 속물들의 국가입니다.
말하자면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밖으로 밀어내지요.(174)
이런 비판은 비단 전후 미국 사회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빠 에릭의 죽음에 인용된 영국 시인 스윈번의 시가 묘한 힘을 얻게 된다.
삶이 그대에게 씁쓸하거든 용서하라.
달콤하거든 감사하라.
그대는 더 살지 않는다.
감사한다는 건 좋은 일일지니.
용서와 더불어.(176)
새벽녘 거리에서는 암 것도 분명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그때 거짓말처럼 어둠이 물러갔다.
비로소 맨해튼은 힘껏 소리를 지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실이 덥석 내 살점을 깨물었다.
강렬한 빛이 거리를 비추며 모든 가능성을 일시에 거두어가 버렸다.(상, 48)
느릿느릿 해변을 거닐며 머릿속을 비웠다.
근래 들어 처음으로 맛보는 평온한 느낌이었다.
파도가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내 마음을 평화로운 상태로 이끌었다.
"이 해변이 내 안전밸브가 돼 줄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게 할 위안처."(상 287)
도시의 삶을 이렇게 밝히는 표현도 멋지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다.
해변에서 오랜만에 마음의 안정을 맛보는 새러의 마음도 잘 그려지고 있다.
잭과 새러가 다시 만났을 때,
"내가 당신에게 보낸 편지가 몇 통 이었을까?"
"서른 두 통의 편지와 마흔 네 장의 엽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 대화를 통해, 지나간 시간까지를 아프게 반추할 수 있는 장치로서 성공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언어 코드가 있게 마련이므로,
그 코드에 꼭맞는 열쇠를 들이댔을 때만 열리는 마음의 한 켠이 있는 법이어서 말이다.
로맨스와 반전, 감동을 느끼는 소설을 찾는 사람이라면 권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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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표현 하나. (상 316페이지) 작렬하는 태양... 작렬은 폭탄 같은 것이 터진다는 뜻이다. 타오르는 태양은 '작열'로 쓴다. 센스 있음~ 이럴 때 쓰는 말은 센스 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