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씹는 당나귀
사석원 글.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옛날 사람들은 워낙 질병에 취약하고 섭생이 부실하여 삶의 길이를 중시했다.

이제 예방접종으로 질병도 많이 극복되었고, 영양이 충분하여 백세 건강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길이'에서 '가치'로 변화해 갈 것이다.

 

당나귀가 지고온 붉은 장미꽃은 당신 것,

묵묵히 힘든 세상을 견뎌 온 착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입니다.(표지글)

 

사석원이 그리는 당나귀는 순박함과 착함으로 가득하다.

순진해서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캐릭이다.

꾀를 부리거나 재바른 행동으로 얄미움을 받진 않을 스타일.

이런 진중한 사람에게 세상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하기 쉽다.

그런 삶에 사석원은 위로를 던진다.

 

손철주의 발문도 참 좋다.

 

'찰나의 황홀'은 '영원'이 부럽지 않다. 그리하여 기꺼이 눈먼다.

 

이런 제목은 이 책을 충분히 안고 갈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철주의 발문이 여운이 남는다.

그렇지만 과하지 않다.

충분히 내용들을 감싸안으면서 주제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석원의 생각들은 '미래'를 위해 마시멜로를 남겨두지 않는다.

'죽어도 좋아' 하면서 늙은이라고 얕보지 말라~!는 자세로

일초 일초를 산다며,

그리하여 '찰나의 황홀'을 살 수 있다면, '영원'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는 거다.

 

멋진 두 사람이 메기고 받는 노래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절창들이 주고받는 노래들은 그림과 글의 바다에 풍덩 젖어든다.

이 책은 생각을 하며 읽는 책이 아니다.

그저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따가 뭘 하겠다는 마음을 텅~~~ 비운 상태로,

제주 바다의 청량감을 맛보겠다는 자세로,

온 몸을 푹 담그면 되는 책이다.

 

그림을 평가할 것도 없고, 글을 해석할 것도 없다.

그저 푹 빠지는 것만으로도 '찰나'를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

 

"행진, 행진, 행진, 하는 거야..."

마음이 조금씩 후련해 진다. 노래에서 위안을 받았나. 용기가 움튼다.

그래. 그까짓 것,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지.

초봄 꽃봉오리가 터지듯 꿈들이 분출한다.

빛 바래기 시작한 인생이 다시 반짝거린다.

이젠 꿈들을 외면하지 말자.

행복한 후반전을 위하여.(행진)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몰입'의 찰나다.

황홀의 찰나를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빛 바랜 삶이라고 지치지 말고,

반짝거리고 외면하지 말자는 제안은 독자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는 듯 하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선착순이 무의미하다는 걸.

빨리 가는 동안엔, 허둥지둥 가는 동안엔 놓치는 게 너무 많다.

발리빨리 해서 얻게 된 남은 시간에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가.

그냥 천천히, 누리게 황홀한 세상을 누려보자.

소중한 인생이다. 맘껏 휴식을 갖자.(꽃과 거북이)

 

속도의 시대, 길이의 시대를 너머 삶의 질을 따지는 몰입의 시대가 되었다.

소중한 인생임을 아는 일.

알기만 해선 안된다. 황홀한 세상을 사는 일. 그것이 성공한 삶의 비결이다.

 

그가 위로하는 것은,

자신이기도 하고,

글을 읽는 당신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가 <우울한 당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술 같은 그림책>이다.

치유의 마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와 함께 먼동이 트는 바다를 바라보며,

등허리 가득 짊어진 장미꽃 백 송이를 선사하는 그의 그림과 글을 만날 일이다.

 

다신 널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열렬하게 상처받은 너,

열렬하게 사랑할게.

내 마음을 열렬하게 받아줄래? (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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