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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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범죄 추리물로 시작해서, 한참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다가,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독자를 이끄는 힘이 있다.

 

난 장르 소설이래도,

지나치게 피가 튀기는 종류 싫어하고,

일본의 '링' 종류처럼 무섭고 두고두고 엘리베이터에서 생각나는 '착신아리' 같은 거 싫어한다. ^^

겁은 없는 편인데, 그런 종류는 음습하고 싫다.

 

이 소설은 제목이 좀 생뚱맞다.

원 제목인 Shutter Island는 '닫힌 섬, 밀폐된 섬, 폐쇄된 섬' 같은 느낌일 터인데~

'살인자들의 섬'은 드라마틱한 반전까지를 포괄하기 어려운 제목일 듯 싶다.

뭐~ 독자들의 호기심을 소설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제목에 낚였더라도,

전개가 조금 다르지만~ 암튼 소설은 훌륭하니깐... 패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물이 암호를 풀어가는 건데, 이 소설이 암호를 푸는 식으로 전개된다.

결말에서 이야기하는 <자아를 정직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성찰은 인간에 대해 돌이켜 보게 한다.

 

결국 인간의 생각이란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뇌'가 조망하는 조합된 '대상'을 보는 것이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자아'나 '정직', '평가'는 모두 왜곡되어 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네 주장이 맞다는 증거를 하나만 내놔봐~"

 

어린 아이가 "Why?"하는 질문으로 일관하던 재밌는 광고를 본 기억이 난다.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왜?"하는 질문 앞에서 대답은 궁색해진다.

그건 어떤 과학이나 학문적 성과도 한방에 무너지게 하는 겸손을 가르치는 질문이다. 왜?

 

결국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방법은 없다.

나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나, 내가, 또는 주변 사람들이 나의 지속성을 믿어주는 것이 유일한 증명일 뿐.

누구도 믿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실이고 진실이라 증명해도, 세상에 내보일 순 없다.

독재자를 위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에게 사실을 들어 보여줘도 변화되지 않는 것처럼...

 

일단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미쳤다고 생각해 버리면,

다른 경우에는 그 사람이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었을 행동조차

미친 사람의 행동으로 간주해요.

그 사람이 자기는 미치지 않았다고 멀쩡한 정신으로 주장하는 건 '부인'이 되죠.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마땅히 가질 만한 두려움은 '편집증'으로 간주돼요.

생존 본능에는 '방어 기제'라는 꼬리표가 붙고요.

무슨 짓을 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죠.(363)

 

이렇게 사람은 사실보다, 조망적 관점에 따라 진실을 만들어내는 존재에 가깝다.

 

이 소설에서 만난 쇼킹한 구절.

 

"한국 전쟁 참전했다가 돌아온 불쌍한 친구들 본 적 있어요?

그 녀석들은 자기가 왜 거기 갔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 해요.

하지만 독일에서는 히틀러를 막아서 수백만의 목숨을 구했죠."(204)

 

그래. 동족 상잔의 살육이었던,

그리고 유엔군의 무차별한 학살에 불과했던 한국 전쟁이 그들에게는 이렇게 '불쌍한 친구'를 양산할 뿐인 이유없는 전쟁이었구나... 하고 깊은 한숨을 쉬게 한다.

 

빗줄기가 가늘어져 있었다. 마치 비가 숨을 고르면서 지원 병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122)

아파트가 하도 커서 중앙 통로의 길이가 미식 축구장만큼 길게 보였다. 그런데 그 아파트를 둘로 접으면 이 방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106)

바깥의 공기는 마치 누군가가 잔뜩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세상이 임신을 해서 배가 불러오는 것처럼 공기 중에 숨어있는 폭풍이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100)

 

이런 신선한 구절들을 만나면서,

요런 구절들은 영어로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게 궁금해졌다.

 

"내 얼굴 위에서 그 손을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난 이 세상 전부를 팔라고 해도 팔 겁니다."(263)

 

뜨거운 사랑도, 열정도, 인간의 대뇌가 지령하는 전기 신호와 자극의 연속이다.

대뇌가 전기 신호와 자극을 보낼 수 있을 때까지, 뜨겁게 살아 주기를 바라는 소설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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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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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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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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