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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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를 통하여 마음 치유도 겸했다던 1권에 이은 2권이다.

1권과 대동소이하다.

산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산이야 어느 산이든 오르고 내리는 것 뿐.

실제 걸어본 사람은 온갖 감동을 느껴서 이렇게 책을 쓸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걸 책으로 만드는 일은 ... 글쎄?다...

 

오로지 내 발로 내 온몸을 밀어야만 떠나듯 벗어나든 할 수가 있다.

그때까지는 이 고립과 한계를 기꺼이 흠뻑 즐기는 수밖에 없다.

그조차 산의 품에 깊이 안긴 이의 운명이자 축복이라 여기며.(252)

 

산행에 달인은 없다.

숙달되어 다른이보다 빨리 갈 수는 있지만, 그러면 많이 보고 느끼질 못한다.

아무리 훈련이 된 사람도 오르막길에서 숨차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기 페이스대로 뚜벅뚜벅 걸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행은 삶과 흔히 비유되는 것이고, 산행을 유의미하다고 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무언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결과주의와 성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대로 산을, 삶을 즐기지 못한다.(244)

 

산행에는 어떤 결과도 없다. 성취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발걸음이 나를 옮기고 있음을 순간순간 깨닫는 일보다 소중한 건 없다.

 

산에서는 불평불만을 터뜨려도 소용없다.

오르막이 힘들고 내리막이 미끄럽다고 투덜대봤자 제 입만 아프다.

비가 온다고 욕을 해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덥다고 짜증을 부려도 갑자기 시원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란 엄연히 정해져 있다.(215)

 

산이 가르치는 것. 겸손이다.

이번 책에서는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한 꼭지에 하나씩 시를 덧붙였다.

처음엔 신선했지만, 뒤로 갈수록 뒷심이 빠지는 기분이랄까? 암튼 그랬다.

 

대안학교 아이들과 부모들의 산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부모들이 목적의식적으로 체벌과 사교육이 없는 민주적인 대안학교라는 온실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잡초처럼 치열하게 자신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183)

 

대안학교는 학교의 대안이 아니다. 아직 실험이지만, 한국처럼 획일적인 사회에서 대안학교는 좀더 광범위한 실험을 요한다.

그것도 공교육 안에서 실험학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뭐, 산에 가면, 오로지 걷는 일만이 중요하다.

숨쉬는 일만이 중요하다.

시인 이성선은 그래서 '문답법을 버리다'를 썼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이성선, 문답법을 버리다)

 

두타산의 '두타'는 두산타워의 준말이 아니라, 산스크리트어로 '버리다, 비우다, 씻다'의 뜻이란다.

염화시중의 가섭 존자가 '두타 제일'로 불리웠다고...

산행이 고행에 가까운 것은 '버리고, 비우고, 씻는' 과정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정희성, 태백산행, 부분)

 

나이는 상대적이다. 쉰일곱도 조오흘 때다~하는 소릴 들을 수 있다.

나이 탓하지 말고 걸을 일이다. 사는 일 역시 같다.

 

저 어린 꽃망울들 좀 보세요, 조것들

솜털 보송보송한 이마에 분들을 바르고

아휴, 조것들이 어디 있었을까요.

어떻게 나왔을까요?

대관절 무슨 힘으로 저렇게

푸른 하늘 향해

솟구쳤을까요? (윤제림, 어린 날의 사랑, 부분)

 

이런 걸 볼 줄 아는 게 산행의 묘미다.

 

산행은 덜고 빼기만 하는 '빼기의 게임'이고,

'고스톱'처럼 패를 받으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게임이다.

산행기를 읽는 일은 그래서 한편 허전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을 안고 있다.

이 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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