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클래식 보물창고 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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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영어 시간에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로 인하여 헤밍웨이 소설을 집중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의 독서라면 도서관에서 누렇게 찌든 세로쓰기 판본을 빌려 보거나,

글자가 깨알만한 삼중당 문고를 읽는 일이었는데...

헤밍웨이에 대한 기억은,

강한 남자의 이미지,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 이런 것들로 남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1950년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전쟁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도전 정신에 대한 만세였던 것 같기도 하다.

 

노인과 바다는 아주 유명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줄거리는 너무 단순하다.

노인이 바다에 나가 무지 큰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던 중, 상어에게 다 뜯기고 만다는 거.

그 과정에서 노인은 온갖 간난신고를 다 이겨내는 의지의 미국인으로 등장한다는 거.

 

20세기는 자연에 대하여 인간이 가장 무모한 도전을 했던 '무한도전'의 시기였다.

인간의 욕심은 결국 세계대전과 제국주의로 표출되었고,

이 사건들의 결과로 식민지의 대자연은 재앙에 가까운 수탈 앞에 서게 되었다.

 

자연은 개발의 대상으로 인간에게 소용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자연은 인간의 손아귀에 꼭 잡히지 않아 인간을 안달하게 했다.

함께 사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소유하려는 갈증에 시달리던 인간에게 자연은,

재앙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그 때는 미리 예견하지 못했다.

 

그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잘 나타낸 소설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다.

 

어쩌면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일지도 몰랐다.

매일매일은 새로운 날이다. 운이 따르는 날이면 더 좋은 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릴 테다.

행운이 찾아올 때는 언제나 내가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35)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결의가 대단하다.

 

야구 생각 따위를 하고 있을 때는 아닌데. 노인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지금은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온 이유 말이지.

저 물고기 떼 근처에 큰 물고기가 있을지 모른다 .(43)

 

인간이 이 세상에 나온 이유는... 물고기를 잡는 것. 더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노인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자.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냐.(51)

 

20세기엔 포드주의 개발이 중심에 놓였던 시대였다.

인간의 가치는, 집중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낳는 것에 있었다.

노인의 정신적 가치 역시, 포드주의 생산방식과 다르지 않다.

 

노인은 틈틈이 아이 생각을 한다. 고독한 것이다.

 

"아이와 함께 나왔더라면!" 노인이 소리내어 말했다.

어쨌든 아이는 없지 않은가. 노인이 생가했다. 노인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55)

 

힘겹게 물고기를 잡아 배 옆에 묶어서 돌아오는 노인,

그러나 자연은 노인의 횡재를 묵인하지 않는다.

자연의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것임은 당연지사.

상어들이 덤벼들어 노인의 물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자연의 응전은 노인을 파멸 직전에 놓이게 하지만, 노인의 정신적 승리는 강하다.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아."(109)

 

자연에 도전했을 때 이미 패배는 예정된 일이었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일 따름인 것.

자연의 응전은 인간의 도전이 무모한 그것이었음을 보여주지만,

헤밍웨이의 미국혼은 좌절하지 않는다.

 

"싸울 것이다.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123)

 

1950년대 미국은 세계대전 이후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하여,

한국에서의 전쟁, 베트남 전쟁, 아랍 오일 전쟁, 아프간 전쟁, 남미의 정권 지원, 아프리카 정권 지원, 이라크 전쟁 두 번,

이렇게 <슈퍼맨>으로서의 기능을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슈퍼맨>의 영광은 <람보>처럼 만신창이가 된 결과를 낳는다.

 

이 소설은 슈퍼맨의 가능성을 비추어주던 1950년대의 의욕적 시대를 반영한 소설이다.

의지의 미국인.

그 가능성은 이미 <슈퍼배드>로 판명났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아직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철학적 주제여서,

이 소설을 새롭게 읽는 작업은 두고두고 유의미할 것이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헤밍웨이도 알고 있었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떠올렸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작가로서,

Sant-iago 가는 길의 '성 야곱'의 이야기는,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길로서 작가에게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기능했을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주인공 역시 양치기 '산티아고'였음을 생각하면,

산티아고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란, 도대체 왜 사는가? 그리고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것을 생각하게하는 코드로서의 이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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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3 0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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