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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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그리고 쓰기 위하여 작가는 얼마나 많은 밑그림을 그렸을까?

아마 첼로 수천 장을 그리고 또 그렸을 것이다.

 

선이란 것은 한 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선들은, 그저 물감이 남긴 흔적이라기보다는,

첼로의 아름다운 S 라인과, 첼로의 묵직한 음감이 남겨주는 환상적인 소리가 지나간 자취처럼 보인다.

 

1994년 가을,

난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고 있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인들의 만행을 읽으면서 너무 치가 떨린 나머지,

일본에 어마어마한 지진이라도 일어나기를 빈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 그 이야기를 잠시 하기도 했는데...

이듬해 1월 17일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이 일어났고, 어쩜 내 저주가 효험이 있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피해가 무지 큰 것을 보고는, 아, 미워할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반성과 연민이 들었다.

 

암튼, 그 대지진을 추모하여 천 명의 첼리스트들이 연주회를 연다고 한다.

천 명의 바람이 모이면 힘이 될 수도 있을 게다.

 

일본의 얄미운 점은... 언제나 자기네가 피해자인 양 호도하는 데 있지만,

그 피해도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다.

 

 

수채화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색감과 선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이세 히데코의 책을 몇 권 봤지만, 여느 수채화와는 다른, 여백의 활용이 눈부시다.

 

그리고 데생인 듯, 수채인 듯, 어울린 선과 색들이,

첼로 연주라는 내용과 하모니를 이루어 자연스럽게 미완성의 완성을 이루고 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따스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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