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법륜 스님의 책을 많이 읽었다.

주로 삶의 국면에서 만나게 되는 사태들에 대한 질문과 대답, 즉문즉설들이었다.

 

근데, 오연호가 조국 다음에 취재한 대상이 법륜 스님이었을 때, 이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멘토로 생각한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내가 알던 법륜 스님의 이미지완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멘토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다.

 

법륜 스님의 생각은 막힘이 없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법륜 스님이 추구하는 몇 가지 이상 중의 하나가 <통일>이다.

환경도 중요하고,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국이 몰락하고 중국이 흥하는 이 시점이 <통일>에 대하여 강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는 때라는 말에는 공감 200%다.

 

통일에 대한 남,북 정치가, 인민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는지,

통일을 위해 우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통일 일꾼을 어떻게 뽑고, 어떻게 만들어가야할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이미 좌아악 그려져 있다.

 

물론, 이 그림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려진 것들이다.

한국 정치판은 <소승적 차원>에서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욕심쟁이들의 이전투구판이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또 어떤 몽니가 정치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처럼 쉬운 일이라면... 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아, 가장 최근의 두 대통령이 고인이 되셨구나... 모두 이명박 탓이다. 검찰 탓이다. 나중이라도 그 죄는 캐물어야 한다.)

어떻게든 통일의 못을 하나하나 박아나갔을 것이다.

한방에 그 못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을 보면, 통일 논의는 그닥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통일을 논의하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올해의 정치판이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한다.

 

통일 논의가 평화 논의로 변질되는 과정도 정확히 꿰뚫고 계시고,

한국 정치판의 엉망인 것을 다 떠안고 가야하는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깔끔하다.

역시 멘토가 될 만 한 인물이다.

 

의병의 자세로 통일일꾼이 되고자 하신다.

 

"명예와 이익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좋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무리수를 두면서 수구꼴통을 안고가지 못한 남-남갈등은 해소해야 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남한은 자본주의 사회이니 그 핵심인 경제력이 세습되는 것이고,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이니 제일 중요한 정치 권력이 세습되는 거죠.

양쪽 다 체제의 핵심 권력이 세습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것이 합법적인 차이가 있고...(181)

 

스님은 결코 한쪽을 일방으로 비판하는 일이 없다.

늘 균형을 갖춰서 양쪽을 모두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진다.

 

통일을 앞두고 북한과 소통해야 하는데, 스님은 그 소통의 일선에서 일하신 지 20년이 되었다.

안철수 대통령이 나오면, 통일부 장관이라도 해 주셔야 하는데 ㅎㅎㅎ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구심점으로 대한민국이 설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정말 발돋움이 아니라 날개를 다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 유신 공주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쇼를 벌였는 모양인데,

왜 빨간 색을 싫어하던 넘들이 빨간 색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어 자못 흥분되기도 했다.

 

돈만 많은 양아치의 나라가 아니라,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는 '니들만의 천국'이자 '생지옥'인 나라가 아니라,

식민지와 분단, 전쟁의 지난 100년의 상처를 완전히 청산하고나서,

완전히 새로운 100년을 향한 설계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가진자의 정치는 파이를 키우는 것만 이야기한다. 파이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이 파이를 키우라고 하지 않았다. 마음이 뚱뚱한 자는 바늘구멍으로 낙타가 지나가길 바라라고 했다.

오병이어로 수천명이 먹어도 그릇그릇 산더미같이 남는 세상은, 파이를 나누는 일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적어도... 만족할 수 있음의 이야기다. 많아서 배터지게 먹는 이야긴 아닌 것이다.

 

통일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면, 양극화 해소는 파이를 잘 나눠갖는 것이지요.

키워지지 않는 파이 안에서 분배의 균형점을 잡아나가려고 하면 심한 갈등을 불러오겠죠.

통일이야말로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죠. 통일과 복지는 함께 가야 합니다.

양극화 해소가 내부 질서의 조절이라면, 통일은 외부 환경 조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외가 맞물려 있어서 이 둘 중 하나만 갖고는 어느 것도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267)

 

넓게 보고 멀리 보면, 해법이 보이기도 할 것이다.

남남 갈등의 구도를 대승적 차원에서 뛰어 넘는다면,

그러기 위해 통합적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다면,

부족한 그대로 껴안기에 성공한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혐오감을 느끼는 이라면,

희망이 저주스럽게도 판도라의 상자 안에서 갇혀있음을 아쉬워하는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읽고 나서, 통일 일꾼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스님 역시... 부디 건강하시어 통일을 위한 <모탕 : 도끼질을 위하여 받치는 나무>이 되어주시길...

 

 

 

----------- 시빗거리 하나...

100족 홍익인간의 설명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다. 일본어 '인간'이 들어오기 전까지, 고전에서 '인간'은 '세인지간' 곧 '세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인간을 '이주민' 등으로 파악하기보다는, 하늘나라에서 온 환웅이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홍익인간에 가깝다. 재세이화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있으면서 (하늘의) 이치를 이룬다... 그러니, 인간을 '세상'으로 옮기는 게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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