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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학교에서 발표 같은 걸 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커다랗게 내는 부산 아이들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충청도에서 5살까지 살다 온 나로서는,
부산 아이들의 커다란 목소리, 억센 억양의 사투리는 세상을 우렁우렁 울리는 굉음에 가깝게 받아들였나보다.
김영하의 밑바닥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세상을 말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도둑고양이처럼 발자국소리 없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일 게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처럼 똑똑똑 똑 하고 문을 두드리며 요란스럼게 오지 않는다.
귀기울여 들어도 들리지 않을... 그러나 특별한 귀를 가진 사람들에겐 들리는 운명의 노크...
그런 것을 바라보는 소년 제이의 이야기다.
지구에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기계들이 있어.
바로 센서야.
감각을 하는 게 그것들의 목적이야.
그런데 고통을 감지하는 센서는 없어.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아.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가면 그들의 고통이 내 영혼을 짓눌러.
그들이 지고 가는 삼의 무게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뛰지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133)
제이는 도인처럼 변신하기도 하지만, 좀 작위적이다.
제이는 바다의 기이함을 단숨에 파악했다.
바다,
그것은 거대한 없음이었다.
제이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와
존재하지 않게 될 미래를 떠올렸다.
그 순간 제이가 느낀 감정은 공포에 가까웠다.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의 시간이 바다라는 형태를 빌려 나타난 것만 같았다.(160)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김연수의 '원더 보이'가 오버랩되었다.
말없는 들음... 그런 건가?
말없는 바라봄의 세상...
좀 도인처럼 보이는 이외수 풍의 시선... 그런 거?
그의 소설에서 <폭주>에대한 이야기는 오토바이에 대한 로망의 실현으로 보인다.
폭주는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니란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폭주를 한다고?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야.
가게 주인한테 쟁반으로 머리통을 맞았을 때 느끼는 게 스트레스야?
장난으로 엉뚱한 집에 배달시키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킬킬거리는 애새끼들을 볼 때 느끼는 게 스트레스야?
껀수 잡으려고 만만한 우리 잡아서 반말 찍찍하면서 딱지 떼는 짭새 만나면 스트레스야?
아니야, 스트레스는 내일 시험이 있는데 공부가 충분하지 않을 때,
약속시간에 늦었는데 길이 꽉 막혀 있을 때, 그런 때나 느끼는 거야.
그럼 우리가 느끼는 건 뭐야?
분노야, 씨발, 존나 곡지가 돈다는 거야.
우리는 열받아서 폭주를 하는 거야.
뭐에 대해서?
이 족같은 세상 전체에 대해서.
폭주의 폭자가 뭐야?
폭력의 폭자야.
이 아이들이 느끼는 자괴감... 모멸감... 깊다.
몸속에 있어도 모른다면서요?
암 말예요.
우리같은 애들도 사람들은 전혀 못 봐요.
투명인간처럼 쓱, 지나가버리는 거죠.
좀 거북하고 불편하고 뭐 그럴 뿐이겠죠.
정 심하면 도려내면 되고.
<분노하라>라는 책이 팔리고,
<OCCUPY>의 <점령하라>가 뉴욕과 여의도를 점령한다.
그 분노에 대하여... 소설화하려 하는데... 폭주족의 그것은 여의치 않다.
여의도에서는 제 맘대로 세상을 굴리는데...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예언적인 이런 말들이 좀 겉돈다.
이외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치만, 스피노자보다 멋진 한 마디가 있었다.
내일 죽는다면 오늘은 오토바이를 탈 거예요.(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