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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면 물어라 ㅣ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1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법륜 스님은 이 시대의 멘토로 유명한 분이다.
산 속에서 처박혀 있지 않고, 속인들과 삶의 문제를 놓고 불법 수행과 관련된 질문들에 답하는 걸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
남편과 아내의 갈등, 부모 자식의 갈등, 직장이나 결혼, 취업에 대한 갈등들이 주제로 등장한다.
대답은 늘 하나다.
제 마음이 하고자 하는 욕심에 끄달려 살면서 그걸 모르고 사는 게 어리석다는 것.
결혼해서 너무 힘들면 갈라서면 된다. 잘 살펴보고 갈라서지 않을 거면 잘 하면 되고...
법륜 스님의 대답은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가식이 없다. 시쳇말로 돌직구다.
인생은 다 자기가 선택해서 사는 것이지 윤리와 도덕으로 살게 되지 않습니다.(27)
그렇다. 윤리와 도덕이란 것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한 것.
거기 너무 끄달릴 필요 없다.
아이도 문제고, 남편도 문제다.
그러나, 그 것은 내 문제다.
이렇게 분명히 입장이 정리될 때 수행자의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92)
바깥 경계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기 내면에 자기가 잘 났다는 어떤 상을 쥐고 있기 때문.
사람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 혹은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 상을 갖고 있다.
그 상이 현실과 차이가 있어서 우울증은 시작되는 것.(103)
스님의 말씀은 냉랭하고 시원한데, 속세의 인간이 알아듣기엔 너무 날이 서 있을 지경이다.
그렇지만, 원인을 찾는 데는 이만한 칼날이 없다.
교사들도 많이 가서 묻는데, 교사 역시 무지 끌어안고 사는 존재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음을 깨달아라.(115)
이러고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
사랑에 대하여서도 돌직구는 상쾌하다.
보자마자 반했다는 그 사랑은 이기심이다.
이렇게 확실히 알고 사랑을 하면 눈물의 씨앗이니 미움의 씨앗이니 할 일 없다.(125)
한 사람을 무조건 좋아하는 일..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이기심으로 가득한 심사라는 말이 수긍된다.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그렇고, 연인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리라.
깨달음을 이 책으로 얻을 수 없다. 그걸 이렇게 말로 한다.
깨달음이 어떤 것인지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맛을 느낄 수 없듯이, 깨달음을 말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맛이 어떻다'는 것은 본인이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204)
그래, 살아보는 게 유일한 답이다.
스님들처럼 할일없이 앉아있는 모습으로 보여도,
사실상 그 마음 속에서 온갖 상들이 일어남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 마음 쓰임의 원인을 찾으러 뛰어다니느라 머리털 자랄 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치열한 정진 이후에라야,
즉문즉설이 가능한 경지가 될 것이다.
며칠 전, 친한 선생님이 도올의 금강경을 보다가,
응무소주 이생기심...이 뭐냐고 물어 오셨다.
난 내 책상 앞에 그 말을 써붙여 두고 살기에, 여기 있다고 하면서 웃었는데,
갑자기 물으니... 답이 막혔다.
잘 설명하려고 하니... 내 마음이 또 욕심에 끄달렸던 것인지...
한형조의 책을 빌려주는 걸로 설명을 대신했다.
앞으로는 학벌이 덜 중요한 사회가 됩니다.(214)
그렇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한국 사회처럼 문화적 전통이 다 무너진 신생국가에서는,
자본만이 전통이 되기 쉽다.
학벌이 무너지기 어려운 이유가 역사 속에 있는 것이다.
자꾸 안 된다는 타령을 하면 안 됩니다.
안 되면 또 하면 돼요.
그냥, 화가 탁 나면 '아이고, 또 화냈네.'하고
분별심이 일어나면 '어, 또 분별심이잖아, 나 또 시작이다.'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면서 가면 됩니다.(237)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한 마디다.
마음은 머무는 곳이 없다.
늘 움직이는 괴물이다.
허영이고 헛된 그림자다.
그걸 매 순간 보고 깨닫는 것. 그것이 수행이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들어 있고,
한 톨의 쌀에도 만민의 노고가 깃들어 있고,
한 올의 실타래 속에도 직녀의 피땀이 서려 있다.(253)
감사하며 살아야 함을 가르치는 말이다.
인간은 늘 채무자로서의 의식보다는 채권자로서의 의식이 강하다.
갚아야 할 것에는 너그러우면서
받아야 할 것에는 치밀하다.
스님의 돌직구에 스윙 아웃 당하더라도,
스님의 피칭에 맞서 붙어볼 일이다.
치열한 마음은 결국 하나로 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