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자로 살다 - 개정판
타까기 진자부로오 지음, 김원식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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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키 긴자부로... 과학자이면서 실험실에서의 부귀영화(?)를 초개와 같이 버리고 시민운동에 뛰어든 사람.

2000년에 영면에 든 그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어떤 피를 토하는 글을 써냈을 것인가?

먼 나라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만 보고도 그렇게 활동적으로 반핵 운동에 나섰건만,

2011. 3.11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그 진상을 쉬쉬한 일을 본다면... 까무라쳐 죽었을지 모른다.

적어도 한국인 정도의 넓은 도량이 있어야, 고리 원전 정전 사고 정도엔 눈도 깜짝하지 않는 호연지기가 발휘되지.

 

플루토늄 연료의 경수로 이용 종합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국제 연구...

 

이런 것이 그의 주 연구 분야다.

그런데, 그의 병상에서 쓴 자서 활동기가 의미있는 이유는,

과학자로서, 또 현대를 사는 한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되짚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수학, 물리에 좌절한 그가 '좌절과 실패'로 화학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그는 '어느 길을 가든 그 길을 어떻게 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백번 옳다.

 

원자력 기술은 군사적 개발에서 시작되었기때문에 항상 군사적으로 예민하다.

기술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만 정치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늘 추진하려는 편은 '인사이더'인 반면, 문제제기하고 반대하는 편은 '아웃사이더'가 되는 운동이다.

그는 도쿄대 교수직이란 인사이더를 과감하게 버리고, 아웃사이더의 길을 선택한다.

원자력 발전은 그런 분야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는 늘 민중 옆에 설 수밖에 없는 양심적 과학자였다.

 

실험과학자로서, 나 또한 상아탑 안의 실험실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 자체를 실험실로 삼아,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어민들과 불도저 앞에서 눈물 흘리는 농민의 처지를

내 것으로 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나가자, 나는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117)

 

일본의 이타이이타이 병, 미와나타 병 등을 보고 양심이 움직인 것이다.

그는 유럽에 가서 NGO 활동을 보면서,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한다.

 

일본인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윤리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독일은 항상 시스템의 문제로 생각한다.(123)

 

비판이 갖는 창조적인 힘을 인식해야 한다.

근원적인 비판은 인간의 관심을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가를 문제삼고,

그러한 관심을 전제로 인식이 나아가는 과정을 성찰한다.

그러한 성찰 없이 객관성이라는 명분만 가지고

측정 데이터 등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자연과학의 이데올로기다.(124)

 

시보그란 과학자의 글에서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독창적이고 빛나는 아이디어!'란 말을 듣고 그는 전율한다.

그래서 그는 플루토늄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에 투신한다.

 

이미 국제사회는 체르노빌 이후,

국경을 넘어서 쏟아진 '죽음의 재'로 인해 두려움에 떨면서

서로 어깨를 움켜잡고 눈물을 흘리며 공통의 미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었다.

 

원자탄에 대하여는 <정보 쇄국주의>로 일관하는 일본 - 한국은 <극비주의>임. ㅠㅜ

그래서 사람들에게 <플루토늄은 핵무기가 될 수는 있어도 에너지로 이용될 전망은 전혀 없음>을 알리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래서 사용한 핵연료를 수송하는 것, 플루토늄 수송하는 것 모두 중지되어야 한다. - 한국은 역시 <극비>

 

원전이 기술적으로 핵무기와 끊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강대국들이 경제적으로 전혀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 위험이 큰 핵산업에 대량투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핵무기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201)이다.

 

원전이란 전차에서 내리려면, 우선 삶의 양식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또 원전 사고의 피폭자는 하청노동자 위주로 일어난다. 문제는 끝도 없고 해결되 쉽지 않다.

 

그가 들려준 시 한 구절은 삶의 바통을 다시 움켜쥐게 만든다.

 

진지한 마음으로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십중팔구 이루어진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무엇이든지 재미있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진지한 마음'으로 아카데미즘의 두꺼운 벽을 깨뜨리고

시민들의 미래에 대한 의욕, 희망이

더욱 광범위하게 과학자나 테크노크라트에게 영향을 주기를 바라면서,

<체념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전환을 기대하며 이 저작을 남기고 죽었다.

 

원전 전문가인 그 역시 모른다. 그 역시 원자로의 피폭자로 죽어가게 되었는지도...

 

희한한 어떤 나라에선,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을 <진화>의 산물이라고 마구 휘갈긴 생물 교과서를 폐기하기로 했단다.

참 과학적인 발견이시다.

그런 희한한 나라에선,

원자력 발전 같은 'top-secret'은 침묵의 폭탄이 될 수밖에 없겠지?

 

우리 동네 고리원전이 지난 2월 폭발했더라면... top-news 정도는 되었겠지만 말이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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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99쪽) 같은 데서 한자를 붙여주지 않은 건 아쉽다.

더구나 그 단어에 한자가 필요한 걸 알고 저 뒤에서(121쪽) 적어주는 걸 보니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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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3 1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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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3 2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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