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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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영사에 욕 한 마디...

이런 책은 '한문 문장'에 적힌 '한자 한 글자'조차도 생명이다.

그 한문이 어떻게 편집이 되었기에, 글자가 들쭉날쭉 개판으로 편집이 되어있다.

내가 빌려본 책만 그렇게 인쇄되었을 리는 없고... 암튼 개판이다.(205,211,214-5,그후로도 계속...)

 

요즘 정민 선생의 책이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나온다.

조만간 내 태그엔 정민 선생만 짙은 글씨로 도드라지게 생겼다. ^^

 

아직 안 읽고 대기중인 책이 조선이 차 문화,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한밤중에 잠깨어, 삶을 바꾼 만남...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든든하다.

식량 창고에 갓 배달된 식량들로 가득 채워놓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주루룩 읽기엔 큰 의미가 없고,

신문 같은 데서 한 편씩 읽게 된다면 참 좋을 문장들이 많다.

이지누가 <관독일기>에서 옛 문장들을 더듬어 가면서 자신을 뉘우치고 있었다면,

이 책에서 정민 선생은 옛 문장에서 자신과 세상을 함께 회초리질 하고 있다.

 

대부분이 낯선 단어들이고,

그 원 시들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할 자들은... 독서가 뭔지 모를 거라는 데 있다.

 

마음을 일깨우는 말들이 많은데, 특히 전미개오(轉迷開悟) 이야기가 남는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보통 때의 기운이 들떴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키고 나니 지난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줄이자 평소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걸고 나서 평일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 평소 병통이 많았던 줄을 알았다.

정을 쏟은 후에야 평상시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다.(35)

 

마음은 말이다.

고요히, 조용히, 한가로이, 외로이, 가난히, 애정하는 사이에 다가선단 말이다.

들뜨고 조급하고 허비하고 지나치게 사귀며 병통이 많고 각박한 인간임을 스스로 알게 한단다.

 

언어의 소음에 치여 하루가 떠내려간다.

머금는 것 없이 토해내기 바쁘다.

쉴 새없이 떠든다.

무책임한 언어가 난무한다.

우르르 몰려 다니며 희희덕 거리는 행태는 너무 가볍다.(61)

 

나 역시 다르지 않다.

 

고요에 익숙해지만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바쁨만 쫓다 보면 하루가 너무 짧다.

책을 읽으면 하루가 아깝게 여겨진다. (85)

 

내가 살 수 있는 건, '지금 오늘 하루'다. 선물 같은 하루...

 

우작경탄... 소가 새김질하듯 牛嚼 고래가 삼키듯 鯨呑

독서는 그렇게 차근차근 음미하며, 강렬하게 삼키듯 들이킬 필요가 있다는 말.

 

일을 처리하는 두 가지 요령.

 

시늉만 하고 절대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다. 문제는 키워서 해결해 준다.

 

후흑학... 에 나오는 판사이묘... 辦事二妙

거전보과라고 한다.

거전 鋸箭... 화살을 자르고 내과로 보내는 외과 의사, ㅋ

보과 補鍋 구멍난 솥의 구멍을 더 키워 때우는 땜쟁이. 그래야 인기가 있단다.

올해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 거전 보과... ㅎㅎ

 

좋은 말은 많은데, 편집의 오류로... 독서의 기분을 망쳤다. 아쉽다.

 

재미있는 우리말 두 개

살쩍(귀밑머리 털)이 먼저 희어진다.  

멱미레(짐승의 늘어진 턱 밑 살)여기서 멱살잡다...가 나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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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6-2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선생님

김영사 편집부의 000 편집장이라고 합니다.
정민 선생님의 <일침>에 대한 서평 감사 드립니다.
더불어 김영사에 대한 따끔한 비판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일침>의 경우 재판을 찍는 과정에서
데이터 처리에 오류가 발생했고
그 결과 인쇄상에 오류가 난 책들이 발간되었습니다.

현재는 그 책들이 서점에 나가는 것을 정지시킨 상황인데
유통업체의 실수로 서점에 나간 것 같습니다.

김영사로 연락을 하시면 바로 교환을 해 드리겠습니다.
연락처는 02 -3668 -3259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