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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ㅣ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어제 마신 술이 덜 깼나보다.
리뷰를 쓰려고 얼핏 본 표지에 '그림, 역사와 동침하다'란 야한 문구가 눈에 뜨인다.
다시 잡고 바로 보니,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다.
음... 그럼 그렇지. ㅋ
손철주도 아니고 이주헌인데...
위대한 행동은 우연과 행운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과 천재성에서 나온다.
위대한 인물이 가장 위험한 시도를 할 때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항상 성공한다.
그들이 행운을 타고났기 때문에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 된 것일까?
아니다. 자신의 행운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다.
그림... 속에는 인간이 바라는 바가 담긴다.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애를 느끼는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는데,
그 그림 속에 위대한 인물의 위대한 순간, 역사적 순간들이 가득 담기는 것은 그림의 속성상 당연한 바이다.
전략적 직관은 두뇌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지식이나 경험이
순식간에 조합되어 가장 확실한 문제 해결책으로 거듭나게 하는 능력이다.
전략적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이런 심리적인 작용 반작용의 관계를 명료히 통찰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순식간에 찾아내는 사람.
나폴레옹을 들먹이며 적은 이 문구는 참 멋지다.
그래서 독서 경험, 많은 여행 경험이 필요한 일인데...
컴퓨터 앞에서 디아블로랑 투쟁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많다.
스탈린의 열정적인 모습을 남긴 사회주의 리얼리즘,
퐁파두르 부인의 아릅답고 매혹적인 모습을 남긴 프랑스 궁정. 그녀는 루이 15세의 애인이었다.
전쟁에 패배한 프랑스를 걱정하는 왕에게 그녀가 한 말은 시원하다.
"그만 걱정하고 쉬세요. 우리 죽은 뒤에 대홍수가 난들 그게 무슨 대숩니까?"
내가 다 위안이 된다.
키르히너의 거리의 여자들은 당당하다.
창부들은 비록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행위를 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누구를 속이거나 갈취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사회의 지도층 가운데는 부와 명예를 얻고 지키기 위해 온갖 비열하고 악랄한 수법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최소한 창부들은 정직하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결코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비판을 묵묵히 감내한다.
하지만 사회의 거악들은 부정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천연덕스럽게 이를 숨기고
그에 대한 비판도 피해간다. 그들이야말로 '공공의 적'들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608/pimg_724300183765788.jpg)
슈바베의 '무덤파는 이의 죽음'이다.
설명도 멋지다.
그녀의 오른손에 들린 작은 불빛은 노인의 영혼이다.
노인의 영혼이 그녀의 손아귀에 든 이상 그도 이 상황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죽음은 이렇게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예고되어 있지 않다.
이런 죽음의 자로 삶을 재는 자가 지혜로운 자라고 이 그림은 말한다.
'카리스마'란 말은 교회에서 '은총의 선물'로 쓰이던 말이었단다.
근데 막스 베버가 '뛰어난 지도자의 능력'으로 재창조 시킨 말이라고...
Vanitas vanitatun, et omnia vanitas.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여기서 바니타스 정물이 나왔단다.
읽을거리가 많아 유익한 책인데, 좀 재미가 더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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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과 2차 대전은 일어났던 두번의 큰 전쟁을 일컫는 말로, '한국 전쟁'과 같은 고유명사다.
그걸 서수로 쳐서 <제1차>, <제2차>로 부르는 건 <제3차>를 기다리는 재수없는 소리가 된다.
이주헌은 잘 쓰고 있는데, 덧붙인 역사 이야기에선 <제1차>처럼 써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