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김남조(金南祚)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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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3-12-23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의 소멸의 심상을 물의 생성의 심상으로 변화시키는 겨울 바다라고 수업 시간에 가르치던 이 시가, '완전한 사랑'을 보면서 불현듯 떠올랐다.
남은 날은 적지만... 남은 날은 적지만...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인고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