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 손석춘.김기석의 대화
김기석.손석춘 지음 / 꽃자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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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경을 다시 읽어야겠다.

성경 속에는 '예수'의 삶이 들어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은 어쩔 수없이 노정된 것이라 하여도, 그 안에서 자정의 노력도 있을 것인데,

워낙 알려지지 않고 문제점들만 불거지다보니, 교회에 대한 염증만 커 갔다.

이러다간 같은 괴물이 되어버릴 성 싶다.

 

청파교회 김기석 담임 목사와 언론인 손석춘이 편지를 주고 받았다.

 

우선, 편지글들이 얼마나 가지런하고 단정한지...

마치 예전 선비들이 마주하면서 옷깃을 여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가을, 남은 볕으로 아름답게 무르익으시기를 기도합니다.

 

김기석 목사님의 편지다.

글에서 향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지만, 목사님은 알고 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한국 교회가 머리와 입으로 사랑이 넘치는 곳임을...

 

권정생 선생님은 이라크 전쟁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밤이면 맥박 수가 120회까지 오르고,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한다.

세상의 아픔 때문에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 것.

그 시각, 미국 증권가 월 스트리트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쟁 특수로 군수산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악마가 된 문명의 얼굴을 본다.

 

한국 교회는 '해답'을 잘 내 놓는다. 거기 '질문'은 없어 보인다.

 

질문은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시키지만,

해답은 사람들을 분열시키게 마련입니다.

질문을 받기도 전에 대답을 내놓는 이들처럼 위험한 사람이 없습니다.

 

윤똑똑이들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지옥이 멀지 않다.

 

왜 나는 없지 않고 있는가?

왜 우리는 없지 않고 있는가?

 

이런 실존에 대한 질문을 해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내놓은 답은 하나다.

 

요즘은요,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어요.

죽어서 천국가는 겁니다. 교회 열심히 나가고 있어요.

 

세상을 그렇게 읽는다.

교회가 준 답이 이것 뿐이라면, 교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나?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지 않으면 죽어서도 그 나라 백성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 이런 쉬운 원리를 왜 모를까?

이 책에서 두고두고 반복되는 이야기가 '주 기도문'의 '죄의 용서'가 '빚의 탕감'을 오역한 것이란 건데...

나도, '주기도문'이란 것을 외워 봤지만, '

그 부분이 엉키던 것인데, 저렇게 본다면 훨씬 이해가 명확해 진다.

원래 채무자는 잊고 사는 걸, 채권자는 잊지 않는 법이다.

마음에 가장 강한 집착 중 하나가 채권자의 마음일 것.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그랬듯이 땅에서도 이루어져 하나님 나라로 이름을 거룩하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밥을 주시고, 우리에게 빚진 사람을 우리가 탕감해 주듯이 우리 빚을 탕감해주소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맛은 우리를 얽어매지만, 맛없음은 우리를 풀어주는 것.(프랑수아 줄리앙)

 

신앙에는 분명이 일상적 삶의 체험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매혹으로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삶에서 중요한 시간은 '맛없음'의 시간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은 하느님을 대적하고 있는 셈.

 

에릭 메택시스의 <디트리히 본회퍼>는 시간이 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게 부추기는 책이다.

 

심상정과 함께나오는 이소선 어머니 이야기는 마음 아프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사자와 어린이가 뛰어노는, 참 사랑의 세상'을 간절히 바랐던 바보 전태일...

그 바보들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한없이 편안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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