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쏘다, 활 - 일상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길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걷는책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자그마한 책을 받다.

 

표지가 놀랍다.

책등이 앞표지에 비친다.

책등의 무게중심쯤이 있을 자리에, 마치, 활이 뚫고 간 듯, 노란 표식이 찍혔다.

강렬하다.

그 표식은 그냥 노란색이 아니다. 왼편에 가볍게 그림자를 드리운 입체를 노렸다.

마치 '뚫고 지난 자리'를 의도한 듯...

표지를 넘긴다.

역시 뚫고 지나간 자리를 남겼다.

계속 넘기고, 넘기고.. 다섯 장을 넘길 때까지,

구멍없는 구멍은 이어졌더라...

혹시, 해서 뒤표지를 본다.

역시... 책의 옆 마구리가 찍혔다.

 

그대의 화살이 내 마음을 제대로 뚫은 격일까?

이 책은 오래된 책이다.

유럽에 '동양의 선'을 소개한 책으로 유명하다.

독일인 오이겐 헤리겔이 1951년 쓴 책이라 하니... 유럽에 소개된 동양은 거의 일본이고...

저자가 일본에서 생활하기도 했으니, 일본의 영향이 가득한 책이다.

 

저자와 아내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서예, 꽃꽂이, 활쏘기 등을 배웠다.

그 동양적인 정밀한 세계에서 특히 활쏘기에서 얻은 심회를 차분히 쓰고 있는 것이다.

 

그대가 내게 준 이 책의 메시지는 이것일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당신이 애를 쓴다는 사실,

그에 대해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입니다.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오직 숨 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십시오.(59)

 

이 내용이 이 책의 핵이다.

 

큰 힘이 요구되는 일을 힘쓰지 않고 해내기(66)

 

그 수준에 오르려면, 끝없는 수련을 해야 한다.

그 수련 역시 스트레스 쌓여가면서, 애써 할 필요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가 이것 아닐까?

Do your best! 의 자세로 살 게 아니라, Be your best!의 자세로 살아라~ 이런 거...

최선을 다해 애써 사는 게 삶이 아닌 거야.

네가 어떤 인간이든, 그게 최선임을 아는 게 중요한 거지... 뭐, 이런 거...

 

왜 발사 되기 이전에 숨이 가빠지는지 아십니까?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발사 자체에 온 정신을 쏟지 않고,

미리부터 성공이냐 실패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70)

 

역시 순간에 몰두하는 일, 너무 잘하려는 데만 몰입하는 일은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사랑 역시 그렇다.

너무 잘하려는 데 몰입하면, 뭔가 삐뚤어진다.

삶 역시 그렇다.

너무 잘하려고만 신경쓰면, 자꾸 못난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

인간의 삶과 사랑은...

지금을 바라보고, 너무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하는 일...

 

우리 속담에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중간 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새로 배워야 할 것은 표적을 맞히는 것.(107)

 

기예 없는 기예.

명인 아닌 명인...

흔들림 없는 파악...

 

검의 명인은 삶에 대한 걱정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듯,

붓의 명필은 공간과 먹칠의 배분에 대한 두려움이 없듯,

 

삶 역시 일필휘지의 시원스런 결과물임을 인지할 것.

그것을 아는 것으로,

활을 쏘는 일은 완성되는 것.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風流男兒 2012-05-3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 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 이말. 참 마음에 와닿아요. ^^

글샘 2012-05-30 15:30   좋아요 0 | URL
너무 쓸데 없는데 정신을 분산시켜 어지럽게 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