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아버지 없는 가정.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예전엔 가장이 소중하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없으면 어머니가 가장이 되던 시절. 가장이던 어머니와 철부지 두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수채화로 그려진다.

매카시의 피보라가 불어치던 독재 시대를 살아내기에는 울도 담도 없던 살림들이 너무도 허접했던 시대. 사는 것만도 힘겹게 겨우겨우 살던 시절. 그 아름답던 시절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내는 김주영의 말투는 조용조용하다.

삼손과 이발소 거울, 이유도 모르게 사라진 편지의 주인공 여선생, 가난해서 거짓말을 하던 순애... 이런 이름들이 엮어 내는 이야기들은 재미있도록 찰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세상은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흐지부지 돌아가는 일이 많지만, 소설이라면 각 소재들이 탄탄하게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야 할 것인데, 그 찰진 소재들이 별 연관성 없이 흐트러진 것이 김주영 소설의 단점이라 하겠다. 삼손과 시계포 주인의 갈등과 최영순 선생의 편지가 빚어낼 파장은 역사적 몰이해와 겹쳐 흐릿한 결말로 흩어져 버린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는 무슨 말인지도 모를 화두와도 같은 제목을 소설에, 그것도 이것처럼 성장 소설에 붙인다는 것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실은 별것 아닌 것을 가리기 위한 위장, 은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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