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나무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꽃이나 풀나무들과 붙어 살던 농경 사회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그 이름들과 속성, 쓰임새를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땅을 콘크리트로 싸바르기 시작한 도시에선

흙을 보기조차 쉽지 않은데, 다행히도 이 땅의 70%가 산지라는 특성 덕분에,

아무리 삭막한 도시라 해도 쉽게 산을 접하게 된다.

천만 다행이다.

공원이라든지 하천이라든지... 이런 곳에 공공성의 개념이 부여되지 않은 나라에서,

그나마 산이라도 없었다면... 온 나라가 잿빛 시멘트 천지가 되지 않았을까?

 

꽃들과 풀나무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설명이 자세하면 사진이 좀 떨어지고,

암튼...

이 책의 사진을 찍은 송기엽은 야생화 전문 작가인 모양인데,

사진이 '정물화' 같지 않고 '풍경화' 같은 느낌이어서 참 좋았다.

이유미의 글도 감성 충만하여 넘치지는 않지만,

일반 설명문 투에서 벗어나 이땅의 풀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이 책의 장점.

넘치지 않는다.

나처럼 도시에서 계속 자라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떤 수종과 어떤 풀꽃들이 대표 식물인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려운 이름의 외국 꽃들(팬지, 글라디올러스, 칸나...)은 알아도,

토종 아름다운 꽃들은 엉겅퀴, 패랭이 조차도 분간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다보면, 주변의 산에 지천으로 널린 풀나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것도 춘하추동에 따라 그 풀나무들의 꽃, 열매, 나무 껍질과 낙엽 등의 생리를 자유롭게 쓰고 있어,

전문적인 글이지만 자유롭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장점의 뒷면에 있는 이 책의 단점.

역시, 전문성을 찾아 펼쳤다면 내용이 부족하다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초보용 산책 도우미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사진으로 만난 때죽나무 꽃은 참 아름답다.

최승호의 대설주의보에서 만난 '때죽나무와 때끓이는 외딴 집 굴뚝' 대목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었다니...

산딸나무 꽃처럼 보이던 것이 '포'였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무엇이든 알면 새롭게 보이는 법이다.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그 사람의 정면 반신 여권 사진을 들이밀면서 설명하는 데 비해,

자연스럽게 활짝 웃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수용자에게 다가설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모습들이 그렇게 제시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책의 사진들이 좋은 것은, 꼭 풀꽃이나 나무들을 제시하는 데,

정면 여권 사진같은 것을 들이밀지 않고,

아스라히 눈부신 햇빛 비치는 숲도 있고,

활짝 꽃핀 모습들도 한 페이지에 다양하게 배치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 노력한 점 들에서

작가나 편집자의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도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다닐 때, 한 권쯤 넣고 다니면서

야, 네가 바로 이넘이었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막걸리 한 잔 걸치지 않고서도 덩실덩실 춤추며 하산할 수 있어 좋을 게다.

 

오탈자 몇 개.............

 

77. 최류탄... 최루탄

210. 임진왜란 시 몽진한 성조... 선조

239. 녹차 한 잔을 다려... 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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