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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같이 사는 것처럼 ㅣ 문학동네 시인선 16
임현정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평점 :
시를 읽는 일은,
시인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는 일이다.
시어를 어루만지도 더듬으면서
시인이 겪었을 그 감각을
오롯이 되살리려는 재구의 과정을 '상상' 속에서 복원하는 일이다.
그런데,
가끔, 그 과정에서 너무 낯선 경험을 하게도 하는 시들을 만난다.
시집 제목이 참 매력적인,
그리고 녹색 표지도 참 이쁜,
근데... 낯선 경험인... 시집이다.
한복 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
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
점원이 웃는다
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
뽀얀 젖비린내를 빠는
아기의 조그만 입술과
한 세상이 잠든
고요한 한낮과
아랫목 같은 더운 포옹이
그 말랑말랑한 말 속에 담겨 있는데
촌스럽다며
줄자로 재어준 가슴이라는 말
브래지어 안에 꽁꽁 숨은 그 말
한바탕 빨리고 나서 쪽 쭈그러든 젖통을
주워 담은 적이 없는 그 말
그 말로 바꿔달란다
저고리를 늘리러 갔다
젖 대신 가슴으로 바꿔 달다 (가슴을 바꾸다, 전문)
이 시처럼 뭔가 확, 와닿는 시를 잘 못만나 아쉽다.
이런 생활 속의 이미지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를 더 쓰기 위하여
말의 젖을 가득 짜내 주기 바란다.
시인의 말은 제목과 함께 참 매력적이다.
고맙다 고맙다
나를 허락해줘서,
고맙다 고맙다
당신의 발치에서
울게 해줘서,
활짝 열린 쉼표로 머물린 이 말들이...
한숨 몰아쉰 숨표처럼도 보이고...
그에게 시는 숨통을 틔는 하나의 신체 기관이기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