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아들 녀석이 목욕탕에서 물탕 튀기다 펼쳐 놓은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다.

밤늦는 줄 모르고 읽다가 늦잠을 자다.

여고생들 자습하는 뒤에서 읽다가 눈물을 훔치다. 아무도 못 봤다.^^

 

내가 전부터 써 보고 싶던 시나리오가 있었다. 말 그대로 시나리오의 시놉시스지 작품화되지는 못했던 그것. 그런데 이 책에 그것들이 다 들어있었다.

부모의 이혼, 별거, 사별, 그리고 재혼의 '사이에 낀 아이들'을 다룬 시나리오라면 충분히 드라마틱하면서도 이야깃거리가 될 듯 싶었다. 내가 이런 허황된 상상을 한 것은, 이 문제가 바로 오늘의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기 때문이다. 십 년 전만 해도 결손 가정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담임으로서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따스한 관심을 가져주면 되었다. 그러나 이젠 <가정 해체>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이가 눈에 밟혀서 아빠의 폭력을 참던 시대, 아이가 다 크기 전까지는 이혼만은 않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이런 시대의 고민과 함께, 70년대엔 70%이던 농촌 인구가 이젠 10%로 줄어든 공간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부대 문제들이 같이 녹아있다.

도시에서 자라서 어린애같은 미르(나랑 닮았다)

느티나무의 힘을 가진 소희. 이름만으론 흰꽃처럼 나약할 것 같지만, 생명력과 포용력을 가진 '마음자리'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 다른 나리꽃들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핀다는 그 아이.

그리고 상사화의 꽃과 잎처럼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사화의 꽃과 잎이 한몸인 것처럼 한가족임을 깨닫는 바우.

아이들의 순수함만을 그리던 기존의 동화들이 '작위적'인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반면, 이금이 선생님의 글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섞여 살아가는 이 세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어른들의 상처는 아이들에겐 얼마나 더 큰 상처로 굴절되는지를...

아이들의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가 이 작품을 낳았을 터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시나리오를 생각한다. 이 동화에 피었던 숱한 꽃들이 화면 가득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제목이 들어온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트럭에 옮겨져오는 미르네 가족의 짐. 도시풍의 미르의 옷차림...  검은 얼굴의 순박해 보이는 바우와 소희... 아이들의 상상과 어른들의 현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산모가 두 딸을 데리고 셋째딸을 낳는 장면이 아닌 소희 할머니가 쓰러지시고 마을 사람들이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 산모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니깐.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여성문제를 다루는 텍스트가 되기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본은 시와 화면과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 썼으면 좋겠다... 참 서정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이런 작품을 영화로 푸근하게 녹여낼 만한 사람은...

/////////////// 아, 이 책이 어른용으로도 나왔다니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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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3-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읽어 보셨군요. 좀 수준 높은 책이었는데 전 3학년 때부터 읽었어요. 그래도 이해는 되더라고요. 재밌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