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손철주가 그림, 한시 등에 얽힌 이야기를 쓴 에세이 모음.

손철주는 가끔, 환장하게 아름다운 우리말을 구사하곤 하는데,

그런 맛에 그를 찾아읽게 되지만, 또 대부분의 글은 심심하기도 하고...

하긴, 뭐, 친구랑 술마시는 대부분의 날이 심심하지 않던가.

심심하게 앉아서 수작을 하는 술맛이 또 술맛중엔 최고인 법이고.

그 친구가 가끔 신이 나서 떠들면, 그날 술맛은 더 제격인 거고 말이다.

 

구름가고 구름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데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삶은 이운다.(이운다 : 시든다)

짧아서 황홀하다, 말하고 싶다.

 

인생 무상보다 얼마나 말이 이쁜가.

오늘, 나는 짧아서 황홀한 삶, 사랑하여야겠다.

 

삶이 잘못이라면, 삶이 가엾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 한번 뿐이라는 것.

 

그래, 한번 뿐인 삶, 사랑하여야겠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말이다.

 

한국 문방제우시문보를 펼쳐보면,

흡사 오래된 한지에서 풍기는 습습한 내음과 희부윰한 기색이 피어나오는 듯하다.

문방구를 정인처럼... 여기고,

벼루바닥에 떡하니 버티고 앉은 청개구리 그림은 청초한 문방 생활의 애물마냥 사랑옵다.

 

한지에서 풍기는 습습한 내음, 희부윰한 기색의 한지,

정인(애인)같은 문방구와 청초한 문방 생활의 애물마냥 사랑옵다는... 벼루...

어쩜 그렇게 같은 애옥살이하는 한세상인데, 이쁜 말을 골라 잘 쓰는지...

험한 말 한마디라도 자꾸 내뱉아 버릇하는 이 입을 좀 묶어둬야 쓸는지...

 

예술은 선생이 필요없다. 자기 혼자서 배우는 것(전혁림)

세상은 진작부터 외롭고 쓸쓸하였다.(박경리)

 

훌륭한 말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삶에 도움이 되고 빛을 준다.

이런 말을 만나는 일에 홀려 읽고 또 읽는 모양이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해변의 수도사>

이 그림을 만나니... 가슴이 콱 막히고, 속이 한편 시원하다.

이런 그림 한 장 남기고 싶다.

 

 

 

 

 

사석원의 그림들은 색부터 균형감까지... 어린아이의 그것을 닮았다.

아름답다.

 

몸집 작지만 고집 세고 성질 급한 자신같은 당나귀에게 그는 꽃을 가득 선물한다.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를 읽으면서, 요즘 사람들이 밝히는 건 뷰티풀이 아닌 노블티라는데...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술술 읽히다가,

가끔, 한 꼭지씩은 수도꼭지를 잠그듯,

잠시 멈춰 그림도 보고, 시도 읽어야 한다.

 

삶도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되는대로 살다가도,

가끔, 한 번씩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물방울 똑똑 떨어지는 소리도 멈출 시간까지... 기다리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다시 사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굳이 바람이 분다,

에 삶의 이유를 붙일 거 까지야 뭐 있겠는가.

삶은 어차피 계속 이어지고 있거늘,

잠시, 멈추는 일, 그리고 돌아보는 일이 더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읽는 일이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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