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가르치는 독설
피에르코랑 / 디자인텔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오래된 서사시, Le Roman de Renart 이야기다.

르나르라는 여우를 통해 구전되던 이야기를 피에르 코랑이란 작가가 입심 좋게 채록해서 책으로 엮었다고 하는데... 프랑스어를 통해 느껴졌을 법한 감동은 우리 말로 느낄 수 없음이 아쉬웠다. 우화이지만 서사시인 이런 작품은 역시 그 나라 말을 도구로 해서 읽어야 맛진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

그렇다고 지금 프랑스 말을 공부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삼 년을 두고 중국어를 공부할 원을 세웠기 때문에. 한비야가 일 년에 이룬 경지를 삼 년에 하려고 하는 것도 욕심인 줄은 안다. 그렇지만 삼 년 정도면 고급 수준은 안 돼도 중급 수준은 이를 수 있단 걸 알기 때문에 욕심을 가져 본 거다.

우리 고전의 옛날이야기처럼 늑대와 여우는 골탕먹일 궁리로 늘 교활하다.

그리고 위선과 부도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우리는 너무 도덕적이지 않았나? 우리 소설들 속의 도덕적 인물들처럼 춘향이, 심청이, 흥부같은 존재들은 너무 어리숙하지 않았던가. 놀부처럼 경제적 욕구를, 변사또처럼 법을 준수하려는 기준을, 뺑덕어멈과 같은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임을 이야기하던 꾀쟁이 토끼나 호랑이를 속였던 해와달이 된 남매 이야기들이 우리 역사엔 많이 살아있었다.

우리도 꾀쟁이 토끼를 놀부를 뺑덕어멈을 살릴 부분을 살리고, 배울 부분은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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