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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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 소년같은 주진우.

그는 천상 소음인이다.

소음인의 특징.

말하기 즐기지 않는다.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고집이 엄청... 세다.

 

그런데, 그 고집은, 주진우처럼 승화되면, 부정에 대한 저항으로 타오른다.

그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나는 꼼수다에도 몇 번 나가려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집이 끝장을 보게 한다.

모두 가카 덕이다.

 

그는 자신의 성장기와 기자 생활을 '정통 시사 활극'이라고 이름붙였고,

늘상 자신을 소개하듯,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 IN'의 주진우라고 하지만,

그는 더러운 넘들이 뻐기고 사는 꼴을 보지 못하는 쪽으로 이미 고집이 굳어져 버렸다.

이런 멋진 소음인이 있어서, 그리고 그 소음인이 음지에서 혼자서 불평불만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빠큐~를 날릴 수 있어서 다행인 것이다.

 

스스로를 '나는 열일곱살 주진우'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열정이 열일곱의 그것이라는 선언이자,

더러운 세상과 결탁하지 않는 순수함을 지키겠다는 고집이다.

아름답다.

소년의 그것은...

 

근데, 그런 소년의 옆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

강정마을 함세웅 신부님에게 소년이 묻는다.

"왜 우리는 맨날 지는 싸움만 하느냐, 왜 맨날 져야 하느냐?"

함 신부님 왈,

"주변 사람이, 동지들이 당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사람들한테 부끄러우면 안 되잖아."

신부님은 신념이라고 하지 않으셨다.

"다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우리만 편하자고 그쪽으로 가면 안 되잖아."

"신부님, 그래도 너무 자주 져요."

신념도 아닌, 그래서 너무도 자주 지는,

그렇지만 나만 편하자고 살 수 없는, 남들이 다 당하는 쪽에 서있어야 하는 소년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답다.

 

이 책에 '나꼼수'의 그림자는 일부분이다.

주진우의 삶과 투쟁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그의 투쟁은 더러운 것들, 가진 자들의 오만과의 싸움이었다.

그곳엔 삼성도, 부자를 위한 교회도, 검사도, 언론사도, 박근혜도 모두 있었다.

그들은 주기자 하면 쫄 것이다.

주기자, 용감하고 무쌍하고, 무식하게 싸운다.

원래 무식하면 적이 없다.

주기자가 있어, 그나마 한국 언론은 다행이다.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이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란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하면서,

친일파 문제를 거론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들추면, 감자 넝쿨 걸려나오듯, 칡넝쿨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듯,

비리와 문제가 리좀을 이루며 끝없이 뿌리를 이어 나오게 되어있다.

주기자는 그 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노라면,

그가 기자 생활을 통하여 느꼈던 짠~한 순간들도 많이 등장한다.

장자연이나 최진실 사건을 접하면서, 인간적인 고뇌를 많이 겪게 된다.

그 사이에서 옳지 않은 인간들을 대하면서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듯 적기도 하지만,

열일곱 소년같은 치기로 적은 품이 귀엽기도 하다.

 

모든 책은,

수선화가 연못물을 내려다보듯,

나르시시즘에 젖어 씌어진 것일 수밖에 없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그게 인간인가? 거울이지.

거울 조차도, 백설공주 계모처럼, 누가 이쁘냐? 제대로 말하면 깨부술겨~ 이러고 보는 게 인간인 바에야...

 

이 책 역시 주진우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거울의 프레임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주진우의 프레임 속에는 금전과 권력을 향한 솟구침에 대한 갈망이 없어... 아름답다.

 

노무현을 인간적으로 끌어안는 주기자.

그렇지만 노무현 시절의 실정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깐다.

그게 정론이니까.

특히 대추리의 진실...

애초 수용 예정 면적은 25만평에 불과.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부가 285만평이라며 모두 나가야 한다고...

아직도 진행중인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와 해군 기지...

아직도 감옥에서 가해자로 죗값을 치러야 하는 용산 피해자들...

 

제법 멋있어 보이게,

정통 시사 활극... 운운하며 글을 썼지만,

주기자는 알고 있다.

 

지금은 모든 전투를 이겨야 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분명히 깨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346)

 

추잡하고 비굴한 세상이라도,

이런 소년들이 있는 한,

세상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리하여...

선거를 통한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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