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뮤지컬
김기철 지음 / 효형출판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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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뮤지컬을 한 번도 극장에서 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다. 서울에 십 년을 살면서도 세종문화회관(여긴 행사장이라 멋진 극장도 아니다.)이나 예술의 전당 가본적도 없는 비예술적 인간이다. 아, 국립극장에서 하는 백조의 호수는 한 번 본 적이 있고, 소극장은 가끔 가 보기도 했다.

화려한 무대 예술과 배우들의 노래로 꾸며지는 뮤지컬은 아무래도 비용이 부담스러운 잘사는 나라 취향인 모양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난 여름 런던의 거리를 지나가면서 몇 번이나 라이언 킹을 스쳐지나갔고, 그 옆의 임방크먼트 역에서 지하철도 탔으면서 뮤지컬 하는 줄도 몰랐으니... 옆의 안내자가 몰랐던 탓이 더 컸지만, 만약, 내가 이 책을 런던 가기 전에만이라도 읽었더라면 30파운드(66000원)정도의 뮤지컬은 관람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듣기마저 처음이다.

뮤지컬은 우선 제작 비용의 문제때문에 대중화되긴 어려운 장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 십만원 정도를 투자할 정도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은가. 작년에 캣츠를 보러갈 기회를 놓친 것도 아쉽고, 내가 사는 마을엔 뮤지컬이 잘 들어오지도 않지만, 나자신 무관심하기도 했다.

공연 직전 리허설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순서를 끝낸 댄서가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스르르 주저앉는 장면을 무척 인상적이라고 할 만큼 이 글의 작가는 뮤지컬과 그 배우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줄거리의 간략한 소개와 현대 뮤지컬의 흐름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많이 아쉬운 점은 뮤지컬이란 장르가 개발도상국의 정서와 거리가 느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어제 설악산 단풍을 보고 왔다. 차가 많이 밀려 서있는 동안에나 붉고 푸른 색색의 나뭇잎들과 수직으로 낙하하는 낙엽들을 바라볼 뿐이었는데, 서럽게 붉은 단풍의 서정은 마음을 정화하기라도 하려는 듯 우련 붉었다. 쌀쌀한 날씨에 붉어지는 나뭇잎처럼 짙은 서정을 아로새길 뮤지컬 한 편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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