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4 - 9호                                             양운고등학교 3학년 5반


 

세 잎 클로버와 네 잎 클로버

 

사랑스런 숙녀들에게….

이제 불과 삼십 이일 남았군. 누구는 빨리 갔으면 하고 바랄테고, 누구는 시간이 좀 더디 갔으면 하겠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시간은 같게 주어져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생님이 해 줄 이야기는 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잔소리도 자주 듣다보면 단수가 높아져서 척하면 알아들을 터이니.


밤 늦게 퇴근하는 길에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란 건 누구나 안다. 그러면,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뭘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 하더구나. 세상에 눈만 뜨면 지천으로 깔린 것이 세 잎 클로버인데 반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쳐다봐도 찾기 힘든 것이 네 잎 클로버임을 생각한다면 이 꽃말의 의미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건강한 것, 내가 명랑하게 학교다닐 수 있는 것, 내가 양운고등학교 다니는 것, 오늘도 무사히 이 교실에 있는 것. 이런 행복한 것들을 우린 늘 잊고 산다는 거지. 그리고는, 왜 나에게는 행운이 오지 않는지, 네 잎 클로버를 찾을 수 없는지 불평하며 살기 쉽다는 거야.


오늘은 수능을 대비해 영어 문장 좀 읽어볼까? 난 직업은 국어선생님이지만, 외국어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마음의 잔잔한 움직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외국어도 마음 놓고 쓴다. 잘하지 못해도 사랑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


Well,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이제 하루 하루가 수능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오늘일 수밖에 없어. 오늘은 우리 생의 남은 날들의 첫 번째 날이다. 수능까지 남은 삼십 여일의 첫 번째 날인 오늘을 어떻게 보낼거냐. 눈물로 보낼 순 없지. 우린 백혈병 걸린 면역이 약해가는 아이도 아니고, 남자 친구에게 어떻게 내 맘을 전할까 맘 졸이는 열다섯 소녀도 아닌, 한 달 뒤면 시험장에 서야 할 수험생임이 냉엄한 현실이야.


Well, you know, it doesn't look that bad.

그런데, 모의고사를 보면 성적이 자꾸 곤두박질 치곤 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글쎄, 네 성적표를 잘 비교해 봐. 그렇게 나빠 보이지만은 않는걸.


It isn't money or brain. It's confidence. And what creats confidence is three things; being prepared, having experience, and never giving up.

지금 너희에게 필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머리도 아니야. 그건 오직 자신감이다. 그리고 자신감에는 세 가지가 필요해. 준비, 경험,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 그간 우리가 해 온 준비와 경험, 이것들은 조금 부족했다 치더라도 너무 후회하진 말자.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야. 지나간 과거는 잊어주세요.(라이언 킹의 티몬의 대사) 하쿠나 마타타.(다 잘 될 거야.) 그리고 남은 하나, 네벌 기빙 업!(발음 죽이는데) 수능 치는 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잘 될 거라는 믿음과 함께, 지난 번에 말한 대로, Without haste, without rest. 불안하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꾸준히 준비해 나가자꾸나. 시험 치기 전날 벼락치기는 효과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고, 시험 전날 만든 컨닝 페이퍼는 천금의 효과가 있단다. 컨닝페이퍼 작성에 주력할 것.


Remember, we all do the same things... we work, we eat, we cry, we make love... What makes you different is how you do it.

기억하렴,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일들을 하며 살아간단다. 일하고, 먹고, 울고, 사랑하고…. 하지만, 다른 하나는 그 많은 일들에 어떻게 임하느냐 하는 거야. 삶의 자세랄까.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임하는 게 좋다는 건 말 안해도 알 나이지?


You are more important to yourself than you think you are.

  잘 살아야 하는 이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기 때문이지.


It is hard to see the future with tears in your eyes.

인디언 체로키 족의 추장이 남긴 말이야. 눈물에 젖은 눈으로는 미래를 볼 수 없다.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있겠지만, 챔피언은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It's essential that you don't let anybody define who you are,

you have to define yourself.

어느 누구도 나를 이렇다 저렇다 규정짓지 못한다. 나는 오직 나 자신만이 규정지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잎새의 다음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화가 베어먼의 숭고한 작업을 떠올리며 글을 맺는다. 건강해라.

  Look out the window, dear, at the last ivy leaf on the wall. Didn't you wonder why it never fluttered or moved when the wind blew? Ah, darling, it's Behrman's masterpiece - he painted it there the night that the last leaf fell.


바람이 날로 싸늘해지는 늦가을, 담임선생님이 쓴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2학기 일정 안내

10/20 듣기평가, 10/27(수), 11/2(화), 11/9(화) 모의고사, 11/17 대학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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