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도 병이다
변종모 지음 / 가쎄(GASSE)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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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모를 거꾸로 읽고 있다.

어떤 작가를 거꾸로 읽으면 나쁜 점과 좋은 점이 있는데,

나쁜 점을 먼저 말하자면,

글이 아무래도 나중 것이 수려하고 많은 내용을 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거꾸로 오를수록 글맛에서 버석거림이 느껴진다는 것.

그렇지만 좋은 점이라면,

글에서 느껴지는 맛보다는 순수하게 자기가 담고 싶은 것들을 가득 담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이 책은 힐링 포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사진으로 가득하다.

최근에 나온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의 글들이

말랑하고 부드러운 사랑 이야기로 달착지근 들러붙는 글들로 가득하지만,

사진들은 거칠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를 거쳐 '짝사랑도 병이다'로 거슬러 오르노라면,

그의 사진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부제가 'The blue love story'이고 '내가 사랑한 인도 나를 사랑한 이별'이지만,

인도 이야기도 착 감기는 말맛으로 살아나지 않고,

사랑 이야기도 절절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눈길을 사로잡는 히말라야와 인도 사람들의 굵은 눈망울이 가득하여 책을 읽기보다 보게 만든다.

 

세상에 외롭지 않은 것이 있는가?

일도,

사랑도,

생활도...(위로)

 

뭐, 이 정도로 버석거리는 글에서 위로를 받긴 어렵다.

어느 가족에게서 선물받은 깻잎 통조림 하나가 차라리 큰 위로를 전한다.

 

여행은 이렇다.

천원짜리 통조림 하나가 천만원보다 값지게 변한다.

여행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것 역시

지금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내는 것,

만들어 가는 것.

바로 곁에 있다는 것.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법을 배우는 것.

늘 곁에 두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날마다 불만스러웠던 날들을 제조하며 살았던 나는

사소하고 작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작은 나의 마음을

손바닥보다 작은 통조림 하나가

야자수보다 높은 감동을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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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변종모 (A lie of yearning for nobody)
    from 512 2012-10-14 14:57 
    노련한 여행자의 솔직한 이야기.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한국에 돌아오면 제일 처음으로 읽고 싶던 책. 다른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친구 집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몇 장을 읽고,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과 술을 한잔 마셨습니다. 목구멍까지 술이 차올라 찰랑거렸으니, 어쩜 술 한잔이라 하기엔 좀 과할 정도였을지도 모르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