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사색 -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이계삼 지음 / 꾸리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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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그 도시의 숨은 빛, 이계삼 선생.

그가 우리교육, 한겨레, 프레시안 등의 지면에 발표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우리에게 고향이 있는가

육신의 탯줄을 도회에 묻었을지언정,

우리가 뿌리내릴 정신의 고향은 있는가

가치로운 것이라면 뿌리부터 뽑고 보는

이 기막힌 시대에

몸 둘 곳 하나 없는 이 가여운 시대에

마음의 정처를 찾아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나는 거듭 묻는다

다들, 고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과연 다들, 고향이 있는 사람들일까?

녹색평론에서 도정일 선생이 <시장 전체주의>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도 아니고 어떤 주의도 아닌,

시장 전체주의라는 것.

오로지 시장의 무자비한 경쟁 원리만이 하나의 이즘이 되어 뿌리박혀 있다는 것.

 

두려운 일이다.

한국 사회처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곳에서,

국민들은 각개 약진을 위하여,

제 새끼 제가 알아서 먹여 살리는 시스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학교는 날이 갈수록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

 

이계삼 선생은, 그 지점에 서서 다소 낭만적이지만 구체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그 조직의 무기력함, 분열상에 좌절하고,

촛불집회, 용산 참사, 지율스님의 천성산 단식, 황새울과 새만금 등의 모든 사회,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아이들이 줄어들지만,

그래도 고향이 힘이 될 것임을 믿으려 애쓰는 선생님.

그렇지만 소도시의 한계 역시 시장 전체주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를 위하여 상담을 하면서도, 180도 달라질 수 있는 학과 선택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힘든 진로 지도,

희망과 기대를 배신당하며, 학교 현장에서 '교육 불가능'을 절감해야 하는 엉망진창 교육 정책,

갈수록 질곡으로 쏠려가는, 아이들을 왜곡된 자기장 속으로 쏟아붓는 학교라는 희한한 공간.

 

그 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어깨가 활짝 펴졌을 리가 없다.

 

일본의 정치사상가 후지타 쇼조가 오늘날의 일본인들을 두고 'human-nature 인간성'에서 'nature'는 사라지고 'human'만 남았다고 했다고 한다. (현대 일본의 정신)

 

현대인의 인간성에서 본성의 영역, 이를테면 자연에 대한 천부의 감각이나 상식이라는 이성적 현실 감각,

혹은 양심이라는 도덕적 감각, 그것도 아니면 그저 분노와 같은 자연스러운 야생의 정서가 거세된 것이다.

그리고 멍청한 '인간'만 남게 된 것.

 

아이들의 얼굴에서 환한 낯을 만나는 날은 흔하지 않다.

소풍날 아침에 지하철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낯이나, 체육대회날 축구 경기를 앞둔 머시매의 낯 정도,

졸업식날 속 시원해하는 아이들의 낯 정도에서나 환한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환한 낯을 돌려주는,

인간의 본성 - 인간성을 살려주는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닥치고, 정치, 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 많은 것을 이룰 수는 없어도, 한 순간에 아이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기는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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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광주에서 엄기호, 이계삼 선생님 강연회 때 뵜는데 좀 수줍어하는 선생님이던데 활동은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그때 '교육불가능의 시대' 구입해서 골라봤어요.

글샘 2012-03-18 21:57   좋아요 0 | URL
저는 글로만 만나고... 사람은 몰라요. ^^
선생님들이 원래 좀 수줍어 하죠. ㅎㅎ 아이들 앞에서나 왕처럼 군림하지.
참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