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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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일요일의 생각들...

생각은 일요일.

 

두번째 것은 평범하고, 첫번째 것은 신선하다. 세번째 것은 욕망이 가득해 보이고.

생각의 회로에는 정말 다종다양한 것들이 뒤얽혀 있는 게 인간의 두뇌 회로다.

그걸 의학자들은 이런저런 영역으로 분화되어 있다고 연구하지만,

그 생각들을 요일별 속성에 맞게 나눠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의 '일요일' 속성에 모인 것들을 모아낼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작가의 글들이 꼭 '일요일'스럽지만은 않다. ㅋ

그렇지만, 작가가 일요일을 주장하며, 일요일을 고집하고, 일요일을 외치는 건 눈에 띄게 보인다.

 

햇살이 화안한 일요일 아침.

혼자서 넓은 창문 가득히 펼쳐진 햇살의 향연을 누린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향이나 차의 향기로 가득한 그 햇살의 공간에서,

게으른 고양이의 기지개마냥, 태양을 우러르는 요가 동작이라도 따라하며 척추를 맘껏 이완시켜 본다면...

푹신한 침대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잠시 온몸으로 파고드는 햇살의 따끔한 키스를 만끽할 수 있다면...

은은한 미소를 입꼬리에,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도 같아.

 

트윗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들로 건조한 이야기나눌 공간들이 많다.

무책임할 수도 있고, 소통 부재의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선 작가의 소설 연재와 관련된, 또는 무관한 이야기들이 단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역시 작가의 통찰이 묻어나는 구절들은 아름답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에 만난다면 아름다울 문장들도,

쓸쓸한 금요일 저물녁에 만난다면 눈물이 핑 돌면서 서쪽하늘 우러르게 할지도 모를 일들인데...

이런 책을 12,000원이나 주고 사기는 아깝다는 치들도 있을 수 있고,

이 속에서 몇 문장 건져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겐 소고기 1인분 안주로 궈먹을 돈도 안되는 돈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밤에 혼자서 고요한 작업을 하는 이어선지, 빗소리 타령이 많다.

그 빗소리를 들으면 황인숙이 떠오른다.

비가 온다구! 난 빗방울이 되었어요... 하면서 통통 튀어들던 황인숙의 목소리가...

 

참 빗소리가 좋군요.

 

비 오시네요.

왜 '오신다'고 했을까, 반가웠을까, 이를테면 지금 같은 봄비.

 

바람이 섞인 빗소리 너무 좋아 잠들기 아깝다.

 

간혹, 먼 곳에서 그 사람이 잘 있는지, 궁금해 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런 문장을 만나면, 괜히 그가 안심된다.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잘 있어요.

 

트윗, 누구라도 대답해주면 어두운 계단을 가는데 센서등이 켜진 것처럼 잠간은 주변이 환해지거든요.

고마워라, 센서등.

 

사람과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침묵'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사인 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다가 꼬여버린 소통의 정체기에,

이런 한 마디는 소통의 물꼬를 트게도 한다.

 

시간을 좀 주세요.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배선이 엉켜 있어 생각이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많다 보니 그중에는 분명 이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도 있을 거예요.

 

작가론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

글을 쓸 때, 문장의 탄력에 대한 한 마디.

공감 백 배이며, 내 문장에 없는 것을 깨닫게 되는...

 

문장의 탄력에 대해 궁리해야 한다.

 

시뮬라시옹의 인터넷 세상에서,

시뮬라크르에 대한 소통의 꼬임 역시 유사하다.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구나...',

그리고 '생각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라는 비관적인 속단도 잘 하구요.

하지만 또 그게 아닌 것 같으면 급 방긋,

역시 그 사람이야! 라거나, 역시 날 좋아했어!

고장인 줄 알았다가 아니니 너무 좋다, 이러면서 짝짝짝.

 

혼자있는 시간이 사랑의 환상을 가장 달콤하게 완성해주고 그런 뒤에 가장 가혹하게 해체해 버린다.

 

이런 웃긴 표현도 있고,

 

왜 소설을 쓰는가?

'연애편지를 쓰다가 들키면 소설이라고 우기려고.'

 

이런 멋진 말도 있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이 삶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내 잘못이 아니다.

틀을 만든 세상의 잘못이다.

 

아, 정말 세상은 잘못투성이! ㅎㅎ

 

또 이런 황홀한 말도 있다.

그야말로, 생각의 일요일들이 가득 묻어나는 햇살의 작은 입자들이 가득 튀어다니는...

 

게으름도 생산이다. 긴 시간의 무위와 허비라는 예열이 아니었다면 이 집중력이 생겨났을 리 없다.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취미, 독서와 짝사랑.

 

인생이란 여행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진행각이 틀어지게 마련이다.

여전히 진행하고 있어 보여도, 지향점이 조금 달라진, 똑같은 사람은 아닌...

 

여행에는 그게 있어요.

돌아오면 역시 또 그사람으로 살겠지만

나, 떠나기 전과 100% 똑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나만의 새로운 변주, 대위법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는,

 

혼자서 단선율로 연주하는 삶이 지루하고 따분할 때,

대위법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만나거나, 일거리를 만나는 일은 삶에 활력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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